[내외일보] 이철완 기자 = "너 때문에 삶이 팍팍해졌어. 다 네 탓이야."
지난 6월 10일 오후 4시께 경기 양주시 소재 방화문 제조공장에 낯익은 손님이 찾아왔다.
40대 남성 A 씨로, 그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이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한 사람이었다.
포천에 살던 A 씨는 "동네를 떠나기 전 인사하러 들렸다"며 전 직장 동료들과 담소를 나눴다.
그는 1시간가량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푹!"
그때였다. 갑자기 비명과 함께 무언가가 날카로운 물체에 찔리는 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울렸다.
현장엔 40대 여직원 B 씨가 배와 가슴 부위를 움켜잡고 있었고, 그 주위론 다량의 피가 쏟아졌다.
그런데 차를 타고 집에 간 줄 알았던 A 씨도 B 씨가 쓰러진 장소에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자 옷걸이에 걸려있던 B 씨의 가방을 들고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 씨를 B 씨 흉기 피습 유력 용의자로 보고, 사건 발생 약 21시간 만에 포천시 한 야산에서 그를 검거했다.
B 씨는 A 씨가 검거된 다음 날인 12일 하대정맥손상에 의한 출혈성 쇼크로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서에 도착한 A 씨는 자신의 범행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과거 B 씨와 같은 회사를 다니며 1년가량 교제했는데, 헤어진 이후 회사를 그만뒀고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모든 게 B 씨 탓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A 씨는 2022년 6월 퇴사한 뒤 새 직장을 구하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고 생활해 왔다.
은행 빚도 무려 8000만 원에 달했으며,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못해 이용도 정지된 상태였다.
하지만 A 씨의 주장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그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B 씨)의 생명을 빼앗은 범죄자일 뿐이었다.
결국 A 씨는 B 씨를 살해하고 그의 가방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 선 A 씨 측은 살해 범행 당시 재물취득의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강도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가방을 가지고 간 것은 범행 과정의 일부를 구성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과 수법, 죄질을 볼 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게 된 유족은 큰 절망과 슬픔 속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내왔던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충격에 오랜 기간 고통받을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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