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귀前 한미일 정상 만난 시진핑, 한반도·자유무역 초점

트럼프 복귀前 한미일 정상 만난 시진핑, 한반도·자유무역 초점

연합뉴스 2024-11-17 17:03: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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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다자외교 무대서 현안 입장 밝혀…'트럼프 2기' 앞두고 주변국 외교환경 정리

한반도 안정과 中전략이익 연결…"북러 밀착·北파병 엄중 인식 보여준 것"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2기'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열린 대형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을 모두 만나 한반도 긴장 고조와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 등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한층 심각해진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밀착 중인 북러 양국에 우회적인 우려 메시지를 내놓는 한편,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세계 각국의 '자유무역 수호' 공감대 형성에도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시진핑 "전략안보·핵심이익 위협 좌시 안해"…전문가 "北파병 겨냥한 것"

시 주석은 16일(현지시간)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允許)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반도 충돌·혼란 불허'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 주석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당시 "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흔들리지 않고, 반도의 충돌·혼란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반도 문제를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한반도 충돌·혼란 불허'와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을 연결했다. 2017년 표현과는 달라진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이 같은 언급이 표면상 직접 청자인 미국을 넘어 북한과 러시아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그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파병 속에 한층 심화한 북러 군사협력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지적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2017년에는 북한의 핵 도발 때문에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 지금은 북한의 파병에 따른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는지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안정이 흔들려 중국에 악영향을 주는 것,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 북러 밀착으로 한미일 3국 군사 협력이 더 강화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도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자국의 '공식 답변'을 되풀이하는 식으로 거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국은 지난 1일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서는 그간 '침묵'을 깨고 "조러(북러)는 두 독립 주권 국가로, 양자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그들 자신의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시 주석의 말은 중국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하루 전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적 문제 해결 원칙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과 함께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리마[페루]=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hihong@yna.co.kr

◇ "아태지역, 일방주의·보호무역주의 도전 직면"…트럼프 2기 사전 견제

시 주석은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미국 외에도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 등 '미국 우방국'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며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변국 외교 환경을 유리하게 정돈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국·비(非)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수입 관세 인상을 공언해온 데다 중국을 향해서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보다 더 강력한 기술 통제 등 압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큰 만큼, '자유무역 수호'와 '공급망 안정' 메시지를 반복 발신했다.

시 주석은 2년 만에 정식 회담을 연 윤 대통령에게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흔들림 없이 확대하고 있고,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와 투자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은 국제 자유무역 시스템 수호와 글로벌·지역의 원활한 산업·공급망 수호에 함께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영공 침범이나 역사 문제 등을 놓고 견제를 주고받으면서도 "중국과 일본의 경제적 이익과 산업·공급망은 깊게 융합돼있고 양국은 협력·호혜를 견지하면서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과 산업·공급망을 수호해야 한다"고 했다.

또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에게는 "중국과 뉴질랜드는 경제적 상호보완성과 호혜성이 강하고 역사적 은원과 얽힘, 근본 이익의 충돌이 없다"며 손을 내밀었다.

이런 기조는 APEC 회원국이 자유무역 촉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16일) 세션 연설에도 그대로 연결됐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했다.

시 주석은 "무역·투자·기술·서비스의 흐름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 국가 또는 정치 지도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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