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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HBM 1등은 SK”…삼성 더딘 추격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HBM 물량 수주를 마친 상태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에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1위 지위를 공고하게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내년 25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HBM에서 따라잡는 시기가 2025년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엔비디아향 HBM3E 납품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급이 당초 예상한 3분기보다 늦어진 데다 아직 퀄 통과가 확정되지 않아, 여전히 삼성전자가 HBM 점유율을 높일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 ‘4만전자’ 근본 원인은 HBM 부진
이같은 부정적 견해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14일에는 종가가 4만990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주가 하락 배경은 HBM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엔비디아 퀄 통과라는 호재가 없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리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퀄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건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는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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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램이 HBM 경쟁력 직결…“빠른 재설계 필요”
전문가들은 HBM의 재료가 되는 D램 설계부터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HBM3E 제조에 14나노급 1a D램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1a D램 자체의 성능이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차세대 HBM은 1b, 1c 등 1a D램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D램을 이용해 만드는 만큼 1a를 먼저 보완하지 않으면 차세대 HBM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 제조용 1a D램의 재설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1a를 잘 만들어야 1b, 1c 설계도 잘 할 수 있다”며 “HBM을 살리려면 D램 자체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퀄 테스트 통과 이후 양산 과정에서 공정을 안정화하고 수율을 높이는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이는 추후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 납품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로선 많은 물량을 양산하며 제품을 안정화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퀄 통과 이후에도 양산 과정에서 공정상 문제점이 발견될 수 있다”며 “공정 안정성을 강화해 양산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동시에 꾸준한 양산으로 수율을 높이는 선순환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파운드리 자존심’ 접고 메모리 회복 먼저”
차세대 HBM 제조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당시 “커스텀 HBM의 베이스 다이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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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6세대 HBM4는 고객사 맞춤형 기능을 탑재하는 베이스 다이의 역할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설계부터 메모리, 파운드리까지 모두 제공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강조해왔고 베이스 다이 역시 자체 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삼성전자로선 이같은 방침을 뒤집은 셈이다.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메모리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HBM 역량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시급한 만큼 파운드리 자존심은 잠시 굽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베이스 다이 협력뿐 아니라 TSMC가 우위라고 평가받는 패키징 분야에서도 협력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규복 연구부원장은 “후공정은 우리나라 경쟁력이 대만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와 TSMC가 실제 협력한다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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