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출신인 가브리엘라는 20년 전 밀입국자의 차 트렁크 속 옥수수 줄기 더미 아래에서 숨을 헐떡이며 미국에 들어왔다.
현재 메릴랜드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가브리엘라는 미국에 살고 있는 13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 중 한 명이다. 불법 이민자는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들, 비자를 초과 체류한 사람들, 추방을 피하기 위해 보호 상태를 유지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미국 전역에서 가브리엘라와 같은 이민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대규모 추방이 자신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있다. BBC가 인터뷰 한 수십 명의 불법 이민자들은 대규모 추방 문제가 그들의 지역 사회, 왓츠앱 그룹, SNS에서 뜨거운 논의 주제라고 밝혔다.
가브리엘라와 같은 사람들은 (대규모 추방이) 자신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저는 전혀 두렵지 않아요"
"그건 범죄자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죠. 저는 세금도 내고 일을 합니다."
"어쨌든 저는 불법 이민자예요. 그럼 어떻게 저에 대해 알겠어요?"라고 가브리엘라가 말했다.
이민 문제가 미국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선거 캠페인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첫날부터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시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지 거의 2주가 지난 지금, 이 추방 작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용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약속이 엄청난 재정적, 물류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새로 임명한 '국경 차르' 톰 호먼은 국가 안보 또는 공공 안전 위협이 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종료된 직장 내 급습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첫 임기 동안 이민세관단속국(ICE) 대행 국장이었던 호먼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고,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피해자라는 개념"을 반박했다.
그리고 그는 "어떤 의원, 어떤 주지사 또는 어떤 시장이 자기 지역 사회에서 공공 안전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반대할까?"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행정부는 "미국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 명령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의 이민자 추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권에서도 150만 명 이상이 추방됐고,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에서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추방의 최고 책임자’라고 부른 사람들도 있었다. 그의 8년 간의 임기동안 약 300만 명이 추방됐으며, 대부분은 국경 근처에서 쉽게 추방될 수 있었던 멕시코 출신의 싱글 남성들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약속한 계획은 더 광범위하고 공격적이다. 국경과 멀리 떨어진 미국 내 지역에서도 단속 작업을 포함하며, 관국방군과 군용 항공기를 사용해 사람들을 체포하고 추방할 수도 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는 추방 인구 수가 "백만 명"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법 이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추방 대신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뉴욕시에 사는 불법 멕시코 이민자 카를로스는 "많은 라티노(라틴아메리카 문화권 출신)들이 트럼프가 경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투표했다. 그게 우리에게도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들은 미국 시민이다.
미국 이민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는 불법 이민자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50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들이 있다.
카를로스는 "이민 급습에 휘말릴까봐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집권에서 경제가 개선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두려움이 덜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지역 사회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긴장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피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에릭 바우티스타는 어린 시절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들을 추방으로부터 보호하는 프로그램인 ‘드리머(Dreamer)’ 혜택을 받고 있다.
29세인 바우티스타는 멕시코에서 태어났고, 7세 때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멕시코에서의 삶은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미국 역사 과목을 가르쳤으며, 이탈리아, 아일랜드, 중국, 일본, 멕시코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에 정착했으며, 종종 외국인 혐오를 겪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바우티스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20년 이상 이곳에 살았지만 이렇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환점에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민족주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에게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의 미래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민 옹호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 기록이 없는 불법 이민자들이 강력한 추방 단속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 이민위원회의 정책 디렉터인 아론 라이클린-멜닉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쓰였던 '부수적 체포(collateral arrests)'가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이민 단속 작업에서 원래 목표가 아닌 사람들도 체포될 수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을 추적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이 다른 네 명의 불법 이민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는 그들과 함께 다른 불법 이민자들도 체포하는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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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호먼은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타겟팅된" 단속 작전에서 할머니가 연루된 가상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할머니가 추방될지 여부를 묻자, 호먼은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판사가 결정을 내리게 하라"고 할 것이며 "우리는 판사의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들을 제거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런 종류의 체포와 추방은 공공 안전 위협에 집중하고 국경에서 체포된 사람들을 빠르게 추방했던 바이든 행정부와는 크게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호먼은 최근 "이웃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나 큰 구금 시설을 만들 가능성에 대해 부정했지만, 구금 시설 건설에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는 선거 이후 최대 90% 상승했다. 여기에는 상장된 교도소 업체인 GEO 그룹과 코어시빅이 포함된다.
불법 이민자들은 미국 농업, 창고,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라이클린-멜닉은 이러한 직장을 대상으로 한 단속이 "무차별적인" 구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 기록이 없는 사람이 세금을 낸다고 해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할 첫 번째 일은 바이든 행정부의 단속 우선순위를 없애는 것이다. 우리는 우선순위가 없을 때, 가장 쉬운 타겟을 추적하게 되는 걸 보았다"고 전했다.
"쉬운 타겟"이 되는 가능성은 많은 이민자들에게 걱정거리다. 특히 혼합된 법적 지위를 가진 가족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분리되는 것이다.
텍사스에 사는 37세의 멕시코 태생 '드리머' 브렌다는 현재 추방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남편과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그의 두 자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이다.
브렌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사람들"이 추방의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지만, 남편이 멕시코로 보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우리 아들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거예요."
"헤어질 생각만으로도 너무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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