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파리올림픽이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현재 가장 스타성을 가진 스포츠스타를 물으면 펜싱의 오상욱을 꼽는 이가 상당하다. 올림픽 2관왕이란 말이 필요 없는 실력, 거기에 못지않은 화려한 인물, 여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성까지. 부족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그를 만나 그와는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펜싱,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대전사계(四季) 2기 학생기자단과 들었다.
- 파리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개인전·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매 순간이 기억나겠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메달을 따는 순간도 기억에 남지만 가장 좋았던 순간은 모든 경기가 끝났을 때다. 학생도 그렇지 않나. 시험이 모두 끝나면 친구와 노래방도 가는 순간이 얼마나 짜릿한지. 경기가 끝났다는 해방감이 가장 후련했다.”
- 경기에서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192㎝ 큰 키를 이용해 다리를 길게 뻗어 찌르는 게 강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략이 노출된다는 걸 느꼈다. 경기를 이끌어갔는데 결과를 보면 지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버릇을 버리는 걸로 방법을 바꿨다. 기술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했고 연습을 통해 그 기술을 연마했다.”
- 중학생 때부터 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지.
“이탈리아의 알도 몬타노라는 선수가 있다. 처음 대결했을 때 나름 노장이었는데 그땐 정말 세계의 벽이란 걸 느꼈다. 공격 속도, 타이밍 등 모든 분야에서 꽉 채운 육각형 선수라 할 수 있다. 특히 경기 리딩은 물론 점수를 획득했을 때의 세리머니까지, 그야말로 경기 자체를 이끄는 선수였다. 국내에선 구본길 선배다. 구 선배가 세계랭킹 1위였을 때 붙었는데 많은 경기를 치르며 축적한 노하우가 달랐단 게 느껴졌다.”
- 펜싱 말고 다른 운동을 했다면 무엇이 있을까.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달려가 축구를 즐겼다. 배드민턴도 좋아하는 편이고. 사실 중학교 1학년 때 펜싱을 시작해 다른 운동을 뭘 했을지 하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펜싱을 하지 않았어도 뭔가 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 요즘 여러 방송에서 볼 수 있다. 팬 입장에선 분명 행복한 일이다.
“방송에 나가는 일이 잦은데 주변에서 걱정한다. ‘그러다 성적 떨어지면 어떡하냐’라고. 그런데 방송에 자주 나가는 이유가 있다. 펜싱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펜싱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 과거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한창일 때 펜싱 동호인과 시합을 한 적이 있다. 펜싱에 대한 인기가 적잖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다가오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친근한 스포츠란 점을 알리고 싶다.”
- 수많은 후배가 롤 모델로 오상욱을 꼽는다. 오상욱의 등을 보고 펜싱의 길을 걷는 후배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기본에 충실하길 바란다. 펜싱도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조금 적응되면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펜싱만큼은 흘린 땀이 모두 결과로 돌아온다. 늘 열심히 하는 게 최고다. 그리고 영어는 배워두면 좋다. 아니 꼭 배웠으면 한다. 과거 외국에 나가면 내 별명이 ‘땡큐 로봇’이었다.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펜싱은 정말 멋진 운동이다. 굉장히 역동적이어서 그렇다. 여기에 빠지면 절대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라고 자신할 수 있다. 절대 어려운 운동이 아니기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렇기 위해선 생활 스포츠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여러 예능에 나오는 이유기도 한데 펜싱 정말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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