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바이든-시 고별회담…트럼프에 하고픈 말 쏟아냈다

'동병상련' 바이든-시 고별회담…트럼프에 하고픈 말 쏟아냈다

연합뉴스 2024-11-17 13:38:59 신고

3줄요약

바이든, 동맹 활용한 대중국 견제 트럼프가 이어가길 기대

시진핑 "'투키디데스 함정'은 숙명 아냐…미중 평화공존해야"

관세카드 뽑고 대중강경파 전진배치한 트럼프下 양국관계 안갯속

 16일 페루에서 APEC 계기 '마지막 정상회담' 한 바이든과 시진핑 16일 페루에서 APEC 계기 '마지막 정상회담' 한 바이든과 시진핑

[AP 연합뉴스.재판매 및 DB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두 사람은 회담장에 없는 사람, 바로 내년 1월에 재집권하면 중국에 더 공세적 접근을 하겠다고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마지막'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이같이 평가했다.

임기 종료를 불과 2개월 남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던 이번 대좌는 앞으로 이행할 중장기적 합의를 만들기 어려운 '시간의 제약' 속에 열렸다.

바이든 행정부 4년간의 양국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 보기 좋게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하는 데 방점이 찍힌 회담이었던 셈이다.

두 사람은 2022년부터 이날까지 매년 한 차례 대면 회담을 했지만,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 지난 4년간 양 정상의 관계는 협력보다는 갈등과 긴장, 그리고 그것의 관리에 방점이 찍혔다.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그에 맞선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 작년 중국의 이른바 '정찰 풍선'을 둘러싼 공방, 미국의 대중국 디리스킹(de-risking·미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 불허) 등으로 양국 관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3차례 정상회담을 하기는 했지만 모두 양 정상이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삼아 만난 것이었고, 다자회의와 관계없는 우호적 성격의 양 정상 상호 방문은 추진조차 된 적이 없었다.

그나마 작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두 정상이 두 번째 회담을 한 이후 군 당국 간 소통 채널을 포함한 다양한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마약류 대응과 관련한 협력 등에서 진전을 거둔 것은 '갈등 관리' 측면의 성과로 평가된다.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에서 지난 1년간의 양국 관계 성과를 강조한 것은 아슬아슬한 양국 관계에서 파국만은 피한 데 대한 '안도의 한숨'으로 읽혔다.

그리고 NYT 분석처럼, 두 정상의 이날 대화록에는 트럼프 당선인 들으라고 하는 듯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동병상련'의 심정일 수 있는 두 정상은 분명 상대에게 말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듯했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진해온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기조를 트럼프 당선인이 뒤집지 않기를 바라는 듯 보였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자국 내 힘의 원천에 대한 투자와 전 세계 파트너 및 동맹국과의 연계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 접근 방식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협력과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협력체) 등으로 대표되는 동맹국과의 소다자 협의체들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팀플레이'를 해왔음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쟁이 충돌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중국과의 관계를 갈등 일변도로만 가져가지 말고, 자신이 그랬듯 협력과 관리도 병행할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16일 페루에서 APEC 계기로 열린 미국-중국 정상회담. 16일 페루에서 APEC 계기로 열린 미국-중국 정상회담.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 주석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기본 정책 방향을 수정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듯했다.

그는 "지난 4년의 경험은 정리할 만하고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도, 이길 수도 없다. 대(對)중국 억제는 현명하지도, 가능하지도,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양국 인민의 행복과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현명한 선택을 하고,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이 지구상에서 장기간 평화공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2기의 미중관계가 두 사람의 기대대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면에서 대중국 '관세 확대' 카드를 선거운동 내내 강조해왔다.

또 외교·안보 면에서는 미국 의회 양원의 대표적 대중국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각각 지명함으로써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다.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지음으로써 현재 최악인 대러시아 관계를 어느 정도 관리 모드로 돌려놓은 뒤 외교·안보 역량을 최대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는 데 쏟으려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

다만 의외로 양국 관계가 세간의 예상만큼 악화 일변도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우선 '물가 잡기'를 국민들에게 공약한 트럼프 당선인이 대중국 관세 확대로 인한 수입물품 가격 인상이 가져올 여파를 의식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각에서 나온다.

또 '거래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시 주석과 상호 '레드라인'을 분명히 설정할 경우 양국 관계가 갈등과 경쟁 속에서도 나름의 '가드레일'(탈선 방지 장치)은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역시 존재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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