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완일 기자] 내년부터 새롭게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국내완성차 기업들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보편 관세 부과, IRA 폐지, 친환경차 혜택 감소 등이 북미 시장에서 활약 중인 국내완성차 제조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해당 정책 변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몇 년간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이어왔다. 북미 시장 전동화 트렌드 선도와 세제 혜택을 위해 7조원 가량을 투입해 전기차 전용 생산 기지를 설립하는 등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그의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금까지 기반을 다져온 현대차∙기아의 북미 시장 전동화 플랜에 악재가 드리울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예컨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할 경우 해당 혜택을 위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설립한 제조사들이 생산을 줄이거나 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을 위한 강경책이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그러나 미국발 소식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예측이 빠르게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더 큰 세제 개혁 법안의 일부로 담을 경우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임기 초반에 종료될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확보하려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발빠른 정책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기아는 고매출 시장인 북미 권역의 판매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3분기 미국 시장에 3만6000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가기 위해 쏘렌토 하이브리드,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같은 고부가가치 차량 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IRA 폐지 뿐만 아니라 기아의 또다른 고민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개정 예고다. USMCA는 미국에 수출하는 캐나다산∙멕시코산 자동차에 각각 연간 260만대∙240만대 까지 관세를 면세하는 협정이다.
지난 2020년 각국 의외의 승인 후 발표된 해당 협정에 따라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혜택을 꾀하며 멕시코에 진출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멕시코에 다수 자리 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이다.
기아 역시 멕시코 누에보레온 주에 몬테레이 공장을 설립하고 K3, 리오 등의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다. 몬테레이 공장은 연간 4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기아의 해외 핵심 생산 거점 중 하나다. 또한 지난해에는 북미 시장에 친환경차 공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몬테레이 공장 인근에 신규 전기차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투자액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1조 규모라고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디트로이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USMCA의 6년차 재협상 조항을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들(중국 자동차 업체)이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에 모두 판매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공약 배경을 이야기했다.
USMCA의 표면적인 개정 배경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견제이나 이에 따른 연장 효과로 멕시코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 기아 및 국내 제조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트럼프 공략이 현실화되면 멕시코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하기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멕시코에 대한 강한 표현을 이어가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멕시코는 미 행정부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며 “미국이 고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란 변수 발생에도 기아는 전기차 관련 투자를 지속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기석 기아 아태권역본부장 상무는 지난 1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기아 EV데이’ 행사에서 “현재 전기차 시장의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에 따라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2030년까지 160만대 판매 목표를 유지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160만대, 친환경차 238만대 판매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15종의 전기차 모델 확보 및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2027년까지 판매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시장 수요 저하와 정책 변경에 따라 어려움이 따르더라고 기존 정책을 고수하여 정면돌파 하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유럽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고 미국 내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 자동차 시장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IRA 폐지나 관세 수정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정책 변경 가능성이 열린 상태”라며 “특히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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