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순익 58%에 해당하는 9132억원이라는 높은 예실차를 기록한 가운데, 같은 해 사업계획 수립시 예실차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편차’인 예실차 목표 수익을 정하는 것은 실질적 회계조작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금감원과 투데이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메리츠화재는 2023년 사업계획으로 당해 구체적인 예실차 이익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실제 지난 9월 2일 금감원 경영유의 조치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2023년 사업계획 수립시 ○,○○○억원(2023년 예상 당기순이익 ▩.▩▩조원의 ◉◉%)을 2023년도 예실차 이익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한 사실이 있다.
금감원은 “보험부채를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신 회계제도 ‘IFRS17’ 제도의 시행에 따라 회사는 내‧외부 정보를 활용한 편향되지 않은 최적의 계리적 가정에 따라 보험부채를 평가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회사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서는 계리적 가정의 추정 오차에 따른 예실차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목표 설정에 대해서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실질과 달리 보수적, 또는 공격적으로 설정하는 경우 보험부채가 왜곡돼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회사는 계리적 가정 수립시 가정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검증 절차를 강화해 예실차가 발생하지 않는 최적의 계리적 가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계획의 이사회 보고시 IFRS17 제도에 대한 이사회의 이해도를 제고하는 등 계리적 가정 설정 및 사업계획 수립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실차란 보험금이 빠져 나갈 것으로 추정한 몫과 실제 발생한 현금유출의 규모의 차이다. 쉽게 말해 예상과 실제의 차이이기 때문에, 그 수치가 적을수록 정확한 예측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예실차가 중요 지표로 부상한 건 IFRS17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새로 개편된 IFRS17 체제에서는 손해율과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을 통해 보험료와 보험금, 사업비 등에 대해 예측한다. 기존 회계기준과 다른 점은 실제 빠져나간 보험금 등 지출된 비용이 예상한 수치보다 적으면 그 차이만큼 이익으로 잡힌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이익과 비용을 보험계약 기간 동안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특징인 IFRS17 특성상 CSM(보험계약마진)을 의도적으로 작게 잡아 예실차로 이익을 인식하게 되면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예실차로 대규모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기 위한 의도로 CSM을 산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에, 일각에선 메리츠화재가 모기업 배당을 많이 하기 위해 예실차로 큰 이익을 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메리츠화재 순익 가운데 58%에 해당하는 9132억원은 예실차 효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예실차의 오차기준은 5%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3배를 넘긴(17%) 지난해보다는 개선됐지만 올해 3분기까지도 권고치의 2배인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IFRS17 계리적 가정에 대해 “메리츠는 예정 대비 실제 손해율이 90%밖에 안 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쓰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메리츠화재는 보수적 계리가정으로 예실차가 높아졌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올해 3분기 IR에서 높은 예실차에 대한 질문에 대해 메리츠화재 김중현 대표는 “올해 예실차 비율은 10%이며 당초 5~6%대(권고수준)로 예상했으나, 장기간 이어지는 의료파업 영향으로 실제 보험금이 예상대비 훨씬 감소하면서 예상대비 높아졌다”며 “의료파업이라는 외부 요인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어 언제 정상적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와 별개로 정교한 언더라이팅과 프라이싱을 통해 탄탄한 손해율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경영유의 조치는 지난해 9월 금감원의 정기 검사에 대한 결과다. 당시 금융당국이 메리츠화재의 예실차 운용을 들여다보고, 해당 기준이 모기업에 대한 배당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재무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지 가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이처럼 수년째 높은 예실차를 기록해 온 메리츠화재에 대해 그간 내부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경영유의 조치에서 회계 상 ‘편차’인 예실차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이사회에 상정한 점이 드러나면서, 메리츠화재의 고의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사안임에도 경영유의 조치에 그친 금감원 대응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유의 조치는 지적사항 해소를 위한 계획서 제출 요구, 혹은 구두 지도가 이뤄지는 수준의 경고다. 주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한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회계 상으로 어떤 의도가 반영되면 안 된다는 점은 상식이며, 목표액을 설정해 사업계획 수립에 활용하려 했던 정황은 실질적 회계조작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이는 김용범 대표이사부회장의 출혈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나 회계적 정합성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금감원이 이를 경영유의라는 가벼운 조치로 끝냈다는 점이 의아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회계 상 이익에 기반한 배당 확대는 주주에게도 독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보험업계 전문가는 “당장의 실적과 배당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주주친화적이라고 볼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예실차를 통해 순익을 늘리고 이에 연동해 배당금을 확대하는 것보다 진정한 이익에 기반한 기업가치제고가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