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유일하게 대표팀 엔트리에 승선한 '우완 영건' 김서현이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3경기 연속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서현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조별리그 B조 네 번째 경기 도미니카공화국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투수들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선발투수 임찬규(LG 트윈스)가 3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일찍 불펜이 가동됐고, 두 번째 투수 소형준(KT 위즈)과 세 번째 투수 조병현(SSG 랜더스)도 실점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회말까지 도미니카공화국에 0-5로 끌려가던 대표팀은 6회초 2사 3루에서 알렌 핸슨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1실점했다. 두 팀의 격차는 6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대표팀은 2사 1루에서 조병현을 내리고 네 번째 투수 김서현을 호출했다.
김서현은 세 차례 1루 견제를 시도하면서 1루주자 핸슨의 움직임을 살폈다. 핸슨은 김서현의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도루를 시도했는데, 2루수 신민재(LG)가 높게 날아온 박동원(LG)의 송구를 받은 뒤 핸슨을 태그했다. 원심은 세이프였으나 대표팀이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판정이 번복됐다.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낸 대표팀은 6회말에만 대거 4점을 뽑으면서 단숨에 격차를 2점 차까지 좁혔다. 김서현도 힘을 냈다. 7회초 선두타자 켈빈 구티에레즈의 투수 땅볼 이후 안드레티 코데로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1사 1루에서 라이너 누네즈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이닝을 끝냈다.
대표팀은 7회말을 득점 없이 마쳤으나 8회초 최지민(KIA 타이거즈)과 박영현(KT 위즈)이 각각 ⅓이닝, 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타선이 8회말에만 5점을 추가하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킨 대표팀은 9-6 3점 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중반 김서현이 실점 없이 이닝을 끌고 간 게 팀의 역전승에 큰 보탬이 됐다. 김서현이 한국 대표팀 마운드를 정상으로 돌려놨다.
경기 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한 김서현은 "어떻게든 그 이닝을 막아서 타자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생각했고, 그 다음에 올라왔을 때는 '내가 여기서 점수를 안 줘야 더 따라갈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며 "처음에 올라갔을 때 주자가 있어서 땅볼이나 뜬공을 생각하고 던졌다.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는데, (박동원) 선배님께서 아웃을 잡아주셔서 운 좋게 넘어갔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프로 2년 차에 접어든 김서현은 2024시즌 37경기 38⅓이닝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으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전반기에는 7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으나 후반기에만 30경기를 소화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김서현은 프리미어12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승선한 뒤 지난 1일 쿠바와의 평가전 1차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는 지난 2일 쿠바와의 평가전 2차전을 앞두고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닷새 뒤 발표된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그 꿈을 이뤘다.
첫 성인 대표팀 승선이라 떨릴 법도 했지만, 김서현은 씩씩하게 투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대회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고, 15일 일본전에서 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성적을 올렸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까지 상대에게 단 1점도 허용하지 않는 짠물 투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김서현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매체 '코코카라 넥스트'는 지난 8일 "'안경을 쓴 괴물 팔' 투수가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에 선발됐다.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 앞에 젊은 괴물이 서 있을지도 모른다"며 "쓰리쿼터 폼에서 나오는 김서현의 패스트볼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고 김서현을 소개했다.
김서현은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에 대해서 너무 감사드린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갔다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하다"며 "조별리그 한 경기(18일 호주전)가 남았는데, 그 경기에서도 등판하게 된다면 쥐어 짠다는 생각으로 잘 막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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