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게임즈 IO 본부 김용하 본부장이 ‘지스타 2024’ 현장을 찾아 ‘AI 시대의 2차원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흔히 ‘서브컬처’라 불리우는 2차원 게임에 대해 소개하고, AI 기술의 현재 발전 단계를 짚으며 실제 게임 개발과 개발자 간 커뮤니케이션 등에 AI를 활용 및 연구해본 사례도 소개했다. 또 AI 시대에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개발 직군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얼마 전 호요버스(전 미호요) 공동 창립자 차이하오위가 “게임 개발자는 AI로 인해 전직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는 기사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직업들이 AI로 대체되거나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약간의 공포감이 섞인 전망 속에서 나온 주장이었기에, 김용하 본부장 자신 또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어 김용하 본부장은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2차원 게임’에 대해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서브컬처 게임’이라고 표현되지만 김용하 본부장은 ‘서브컬처’라는 단어가 최근 많이 오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서브컬처’를 구분하는 방법으로는 그림체를 이야기하곤 하지만 완전히 적합한 구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 성공 이끈 김용하 본부장이 바라본 2차원 게임의 성공 포인트
2차원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성공을 이끈 김용하 본부장이 바라본 2차원 게임의 흥행 포인트는 크게 ▲스마트폰 등 디지털 플랫폼의 보급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중화 ▲비주얼 기술들의 어려워진 ‘수확 체감’ ▲’가챠’와 같은 지속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 및 확립 등이다.
2010년대 2차원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플랫폼의 보급으로 인해 2차원 콘텐츠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이 주요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이에 대해 “사실상 ‘서브’라고 하기에는 ‘메이저’하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현실과 유사한 느낌의 비주얼 기술이 가지는 ‘수확 체감’, 즉 크게 늘어난 투입 비용해 비해 기술 발전을 체감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수확체감’이란 경제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개념으로, 자원을 계속 투입할 때 초기에는 산출(생산량)이 증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추가 투입량 대비 산출 증가폭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더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용하 본부장은 각 시대별로 ‘실사풍’ 비주얼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크게 발전해 왔고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만큼 비용은 크게 늘어나면서도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즉, 이런 시장 환경에서는 2차원 콘텐츠의 비주얼이 보다 효율적으로 세계관과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기 유리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챠’와 같이 지속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캐릭터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본부장은 “물론 유저 입장에서 ‘가챠는 나쁜 문명’이 맞다. (웃음)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라이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인 것도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2차원 콘텐츠들은 IP의 확장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전통적인 중세 판타지나 하드코어한 SF 세계관에 비해 2차원 비주얼은 현실 등에 녹여내는데 있어 설정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강연에서 소개된 예가 바로 ‘블루 아카이브’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는 먹거리부터 의류, 여행지, 각종 전자기기 등 현실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적극적으로 콜라보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확장성은 창작자(개발자)와 소비자(유저) 간의 거리를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고 보다 팬덤이 오래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2차원 게임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도 다양하다. 2차원 게임은 유저가 느끼는 진입 장벽과 현실과의 거리감이 적어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어떻게 차별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이러한 차별화는 익숙하지만 어딘가 다른 부분이 매력으로 느껴지도록 하여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또 게임인 만큼 플레이어가 이 세계의 주인공으로서 어떻게 스토리에 개입 시킬 것인지, 다양한캐릭터와 어떻게 관계를 맺도록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 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상호작용 과정 속에서 맥락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고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스토리와 비주얼 등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시로 등장한 것은 ‘블루 아카이브’의 1부 최종장에서 볼 수 있었던 탈출 시퀀스 장면이다.
AI의 현재, 그리고 게임 개발에서의 AI
이어 김용하 본부장은 AI 기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2022년 11월 30일 Chat GPT가 등장했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학습을 통해 성능이 향상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신경망 구조가 2000년대 초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학습과 탐색에 의한 성능 향상이 이루어지는 시대인 만큼 AI는 크게 발전한 상황이다. 심지어 범용 인공지능(AGI)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AGI’의 등장 이후 세계는 알 수 없다. 특이점이 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 세상이 가능한지, 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철학적 측면에서 고민도 많이 된다”며 “이런 시기가 도래한다면 게임 외에도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게임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어 그는 “오히려 게임이 복잡한 엔터테인먼트의 총체인 만큼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쉽게 AI로 만들어진다면, 저작권이나 고유 가치를 가진 원작의 가치가 오히려 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도 덧붙였다.
게임 개발 측면에서 김용하 본부장이 바라본 AI의 실제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모션 캡쳐, 퍼즐 레벨을 생성하는 등의 레벨 디자인, 모델링에 뼈를 심는 리깅 작업의 자동화 등에 여러 내부 R&D와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매우 간단한 퍼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거나 결과물의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아 결국 개발자가 직접 손을 봐야 했다는 것이다.
김용하 본부장은 “현업에서 요구되는 품질(퀄리티)의 요구사항은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높다. 게임 개발 실무에서는 다양한 표현형을 넘나들며 다루게 되는데, AI는 언어 처리 외에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발전 속도 외에 비용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학습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대로 개발에 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I 회사들이 만든 모델을 API 형태로 도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종량제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가진 디바이스에서 처리하는 것이지만, 메모리나 연산 자원에 큰 제약이 생기므로 이 또한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다.
김용하 본부장이 개발에 참여했던 VR 게임 ‘포커스 온 유’에는 플레이어의 음성을 인식하는 구글 음성인식 API가 탑재되었는데, 선택지를 음성으로 고를 때마다 비용이 소모돼 결국 나중에는 게임에서 이 기능을 제거했다는 후문이다.
김용하 본부장은 “AI 발전이 가속되면서 인간을 대체해 버릴 것 같지만, 가장 발전된 일부 결과물과 현업에서의 요구사항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게임은 ‘현재 잘 동작하는 기술’로 개발해야 한다. 최신 기술을 액면 그대로 게임에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되는 AI 활용 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시도와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근태 관리나번역과 같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내용을 처리해주는 봇, ‘캐릭터의 가챠 클로즈업 연출’ 등 기존 게임 개발 과정에 있어 반복 작업이 필요한을 위한 별도의 툴 개발, 캐릭터의 표현을 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도입하는 립 애니메이션 AI 개발 및 도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김용하 본부장은 “AI가 인간이 창작하는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기 보다는, 창작을 하는 이들의 반복에서 오는 부담을 커버하는 형태로 또 엔진의 개발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그래서 TA라는 직무가 새로이 생겨난 것처럼, 머신러닝 AI 엔지니어라는 직무도 앞으로는 게임 개발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넥슨게임즈 IO 본부에는 머신러닝 팀이 본부 직속 조직으로 존재한다. 이 머신러닝 팀은 평소 R&D를 하며 AI 기술 중에서 개발에 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탐색하며, 동시에 기획 또는 아트에서 자동화 했으면 하는 것에 대한 요청을 받아 타당성을 검토하고 구현하거나 드랍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과거에 ‘블루 아카이브’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모모톡 AI 대화’ R&D에 대해 김용하 본부장은 “고민을 해본 적은 있지만 캐릭터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위험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에게 졸업하면 무엇을 하는지, 부모님은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는 것은 이상하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할루시네이션(환각, AI가 정제되지 않았거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답변을 하는 문제)’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강연에서도 설명 되었듯, 김용하 본부장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기존 작업자들의 서포터로 반복적인 작업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하 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IO 본부에는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는 MX 스튜디오, 신작 ‘프로젝트 RX’를 개발하고 있는 RX 스튜디오가 산하에 있다.
김용하 본부장은 “본부의 역량을 모아 AI 시대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 세상을 캐릭터로 이세계를 현실에 강림시키거나, 아예 ‘풀 다이브’ 할 수 있는 게임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관점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IO 본부의 내년 채용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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