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에 도망간 남녀경찰, 밖에서 갈팡질팡...결말은?

흉기 난동에 도망간 남녀경찰, 밖에서 갈팡질팡...결말은?

내외일보 2024-11-17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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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궁금한 이야기 Y')
(SBS '궁금한 이야기 Y')

[내외일보] 이철완 기자 = "사람 살려!" 3년 전 오늘 비명이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를 뒤흔들었다. 층간 소음 분쟁으로 4층에 사는 남성 이 모 씨(당시 48세)가 아래층에 사는 40대 여성과 그의 20대 딸에게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두르면서 복도는 피바다가 됐다.

여성의 남편 A 씨(60대)가 밖에서 비명을 듣고 서둘러 올라갔지만 흉기에 목을 관통당한 아내는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딸은 칼을 들고 있는 이 씨의 팔을 붙잡고 있었고, 이를 본 남편은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 씨를 막아섰다.

화목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파탄 나던 순간, 현장에 출동해 있던 남녀 경찰관 2명은 빌라 1층 바깥에 서 있었다. 이들은 왜 이 씨를 막지 못했을까.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구속된 이 모 씨가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4/뉴스1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구속된 이 모 씨가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4/뉴스1

'따다다 따다다'…규칙적인 소리로 보란 듯이 소음 내던 4층 그 남자

사건 발생 두 달 전 A 씨의 윗집으로 이사 온 이 씨는 A 씨에게 이유 모를 적대감을 보였다.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갔다가 이 씨를 처음 봤다는 A 씨는 무서웠던 그의 첫인상을 떠올리며 이 씨로부터 "확 죽여버릴까 보다"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이 씨는 고의적인 소음을 내면서 A 씨의 가족을 못 견디게 했다. 참다못한 A 씨가 항의하러 올라가자, 이 씨는 되레 "밤늦게 문 열어놓고 시시덕거리니까 내가 피곤해서 잠을 못 잔다"며 큰소리를 냈다.

이 씨가 밤낮없이 내던 소음은 A 씨 가족뿐 아니라 모든 이웃이 알고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이 씨는 일부러 내는 소리라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이 생활 소음과는 다른 규칙적인 소음을 냈다. 소음에 대해 항의하면 이 씨는 "내가 의자에 앉아서 자위행위 하는 소리"라며 황당한 소리를 했다. 이에 A 씨 가족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일시적인 분리 외 별다른 해결책은 없었다.

'이웃 간에 알아서 하라'는 말에 두 달간 소음을 참고 살던 중 2021년 11월 15일 오후 이 씨가 찾아와 현관문을 발로 차고 손잡이를 흔들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딸은 신고했고 얼마 뒤 경찰이 도착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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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바로 옆에서 일어난 참극…경찰관 2명은 발걸음 돌려

A 씨는 도착한 남녀 경찰관 2명을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A 씨가 상황설명을 하는 동안 4층에서 이 씨가 내려왔고, 남경은 "잠시 따로 내려가서 이야기하자"며 A 씨를 1층으로 데리고 내려왔다.

1층 밖으로 나와 두 사람이 대화를 재개한 그 순간 비명이 울려 퍼졌다. A 씨는 곧바로 계단으로 튀어 올라갔는데 그때 여경이 현장에서 도망쳐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A 씨와 함께 계단을 오르던 남경도 여경을 보고는 발걸음을 돌려 함께 빌라를 빠져나갔다.

두 경찰관이 빌라를 나간 뒤 공동현관문이 닫혔고, 두 사람은 문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다. A 씨가 필사적으로 이 씨를 막는 동안 여경은 이 씨의 범행을 재연했고, 남경은 여유롭게 이를 듣고 서 있었다.

이 씨를 제압하느라 흉기에 찔린 아내를 제대로 지혈하지도 못했던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관들이 밖에 있는 사이 제가 칼등으로 범인을 기절시켜 제압하자 경찰관들이 뒤늦게 와서 수갑만 채웠다"며 "경찰관들은 범인을 데리고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도 밟지 않으려고 피하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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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22년형…두 경찰관은 해임에 징역형 집행유예

여경은 당시 상황에 대해 "피해자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 제 판단에는 (범행을) 목격한 순간 구호 요청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했다. 119가 와서 응급처치해야 사람이 산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남경은 "무전으로 상황 보고하고 지원 요청하고 들어가려고 하니까 문이 닫혀버린 거다. 자동문인 줄 몰랐다"고 변명했다.

이들의 부실 대응 문제에 인천경찰청은 사건 발생 9일 만에 두 사람을 직위해제했다.

이들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해임은 지나치다며 해임 취소소송을 냈으나 여경은 지난 3월, 남경은 지난 10월 각각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해임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직무 유기 혐의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졌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지난 7월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흉기에 찔린 A 씨의 아내는 뇌경색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해 신체 절반을 사용하지 못한 채 한 살 지능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이 씨는 징역 22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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