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대회] 7장의 그 대체식량은 대체 무슨 맛이었을까(사진 다수)

[요리대회] 7장의 그 대체식량은 대체 무슨 맛이었을까(사진 다수)

시보드 2024-11-17 01:10:02 신고

타 커뮤에서 썼었던 혈액바 제작기임. 갤에도 완성본으로만 한번 올라왔었던 것 같은데 요리대회 열린 김에 전체과정을 여기에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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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는 혁명적인 식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혈액바'


하지만 혈귀들의 평가는 하나같이 좋지 않다는 건 7장을 본 관리자들이면 잘 알고 있을것이다


돌시네아 "크레파스 먹는 것 같다"

이발사 오티스 "골판지 같은 거, 먹을바에 굶고 말지"

신부 그레고르 "흙덩이 같은 것"

고해소 내 유령혈귀 "왜 안 먹었냐고? 더럽게 맛없으니까!"

자아심도 내 혈액바 묘사 '딱딱하고 맛도 없는 그것'


이렇듯 하나같이 악평만 받고있는 혈액바, 대체 무슨 맛이길래 이런 소리를 하는 걸까.

그래서 직접 만들어봤다. 혈액바를.


우선 혈액바의 외형과 맛, 식감을 정해야하는데, 위에 나온 혈귀들의 묘사를 기반으로 내가 생각한 맛과 식감만 말하면

외형 > 어두운 색의 덩어리들 + 붉은색의 무언가

맛 > 피의 맛만 느껴지고 흙내가 강하게 날 것

식감 > 베어 물 때는 단단하고 질긴데 씹으면 쉽게 풀어지고 흩어질 것


이런 느낌으로 되어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 밑에 있는 사진들 중에는 개개인에 따라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본인의 비위가 약하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뒤로 가기를 하는 걸 권장한다. 

난 미리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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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는 선지, 한천, 비트 이 세 가지다. 


핵심 재료인 선지는 혈액을 소금물로 덩어리지게 만든 것으로 혈액바인 만큼 핏덩이인 선지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선지를 익히면 어두운 색으로 변하고 뻣뻣해지는 식감으로 변한다는 것도 선지를 고른 이유다.

한천은 선지조각들을 한 덩어리로 만들기 위함이다. 크레파스 조각을 손으로 만져보면 처음엔 단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지면서 끈적하게 변하는데, 이 질감이 한천의 느낌과 유사하고, 맛 역시 왁스와 연질유로 인해 거의 맛이 안나는 게 한천 자체로는 아무 맛이 안 느껴지는 특성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비트는 한천에 붉은색을 입혀줄 용도로 샀다. 식용 색소를 살까도 생각했는데 어차피 한번 쓰고 말건데 굳이 배송비까지 주면서 색소를 사고 싶진 않았다. 비트는 잔여물을 먹을 수 있기라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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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는 물에 몇 번 헹궈서 세척을 해주고, 끓는 물에 넣고 약불로 길게 익혀준다. 삶아진 선지 내부에 구멍이 나는 걸 막기 위함이다.


비트는 물에 씻어서 덩어리를 조각 내주고 마찬가지로 끓는 물에 넣어서 색을 뽑아내준다.


선지를 물에 씻은 직후의 사진도 찍어는 뒀는데 핏빛이 너무 진해 그냥 안 올리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이 글에 적지는 않았다.


대신 로쟈의 피주머니를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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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선지와 비트 우려낸 물이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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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상태의 선지를 먹어보면 야들야들하고 짭짤하니 저렇게만 먹어도 충분하지만,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혈액바니까 계속 진행한다.



저 상태의 선지덩어리는 너무 커서 손으로 잘게 찢어두었다. 그 뒤 비트 우린 물에 한천을 넣어주고 섞어서 선지를 한 덩어리로 만들어줘야한다

이때 피의 성분을 조금이라도 따라하기 위해 인간의 피의 염도인 0.9%에 맞춰 비트 물 중량의 0.9% 중량의 굵은 소금(맛소금이 아니다)을 추가로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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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비트 우린 물 500g, 소금 4.5g, 한천 30g을 넣고 가열해서 끓으면 약불로 줄인 뒤 계속 저어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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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걸쭈욱과 물그음 사이의 무언가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설탕을 넣어서 녹이고 굳히면 우리가 잘 아는 양갱이 되지만, 설탕을 넣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이것을 아까 손으로 찢어둔 선지와 섞어서 면보를 깔아둔 틀에 붓고 바닥에 몇번 내려쳐서 기포를 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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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모양이 나오는데, 이대로 넣기엔 아직 뜨거우니 실온에서 조금 식혀주고, 적당히 식으면 뚜껑을 닫아 냉장실에서 한 시간 정도 굳혀준다.


한시간 뒤, 틀을 꺼내고 면보를 들어올려 내용물과 분리해준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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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형태의 무언가가 나왔다. 내가 만들긴 했다만 사진으로 보니 기괴하기 짝이 없다. 마치 메탈슬러그3 마지막 스테이지 우주선 내부에 들어갈때 길막하던 생체 덩어리가 떠오르는 것 같다. 또한 사진의 가운데가 잘린건 내부까지 잘 굳었나 확인하기위해 단면을 확인해 본 흔적이다.


아무튼 이 덩어리의 가장자리를 쳐내고 적당한 사이즈로 썰어낸 막대모양의 덩어리에 종이호일을 이용해 감싸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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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양이 된다. 한천 용액의 붉은색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진하게 나와서 신부그렉 동기화 전 일러스트에 나온 혈액바 같은 선명한 붉은색은 나오지 않았다. 비트 우린 물을 좀 더 연하게 만들었어야 했나 싶다. 조금 아쉽긴 한데 일단 다 만들었으니 한번 맛은 봐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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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식 사진을 올렸어야 할텐데 한입 베어먹은 사진 밖에 남아있지 않다. 미리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다.)


베어물때는 단단한 느낌이 없이 생각보다 부드럽게 베어지고, 선지 특유의 피맛이 느껴지고 뒤이어 매우 강한 흙냄새가 코를 찔러온다. 비트를 우리는 과정에서 흙내까지 물에 녹아난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진짜로 흙덩이를 씹는 느낌을 주고 있다. 흙덩이 씹는 느낌은 재현했으니 목적은 달성했다고 해야하나 이걸...


어떻게든 하나를 다 씹어 삼켜 본 감상은 이렇다.


식감 : 베어물때는 부드럽게 베어지고 씹으면 쉽게 풀어진다. 크레파스보다는 파스텔을 씹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맛 : 처음엔 선지의 피맛이 느껴지고 뒤이어 흙냄새가 진하게 난다. 정말 맛없다....


여기까지가 혈액바를 실제로 만들어본 과정이다.



만들어 본 소감 몇 가지만 말하자면


첫번째, 결과물이 생각보다 단단하게 나오지 않았다. 이건 굳히는 시간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냉장고에 넣어 하루 정도 더 넣어서 다시 먹어봤는데, 만든 직후에 비해선 좀 더 단단했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씹히긴 했다. 추가로 냉동실에 넣은 건 돌덩이마냥 딱딱하게 얼어서 씹지도 못해 살짝 녹이고 먹어보니 훨씬 탱글한 식감은 나왔다.


두번째, 생각보다 더 맛이 없다는 것이다. 맛이 없다는 묘사를 재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MSG나 설탕 같은 첨가물을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한입 먹자마자 시발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건 오랜만이었다. 약간의 피 맛과 흙냄새만 껴져서 첫 입을 삼키기도 전에 그냥 뱉어버릴 까 생각도 했는데 그래도 일단 만들었으니 손에 잡힌 건 다 먹어치웠다.


세번째, 찐돈 이 새끼는 이런 맛 대가리 없는 것만 먹도록 자식들에게 강요했단 말이냐? 본인은 참을 만 하다는 이유로? 혈귀 특성으로 인해 어버이에 대한 반역이 정말로 힘들어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진작 말뚝 박혀서 고슴도치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본인이 다른 거 없이 저거만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면 근시일 내로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혈액바에 대한 한줄평으로 이 글을 마치겠다.



이걸 먹느니 이발사 오티스나 공주 로쟈 마냥 차라리 굶고 말겠다....찐돈 미친새끼...



긴 글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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