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타이베이(대만), 박정현 기자) 얼마나 고마웠으면, 더그아웃 밖까지 뛰어나와 선수를 맞이했을까.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투수 유영찬(LG 트윈스)은 지난 15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세 번째 경기 일본전에서 구원 등판했다. 최종 성적 2⅔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3-6으로 패했으나 유영찬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유영찬은 대표팀이 1-2로 끌려갔던 2회말 2사 1,2루에서 선발 투수 최승용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를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계속해서 강력한 공을 던져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 3회말 선두타자 고조노 가이토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들을 잘 처리했다. 야수들도 유영찬의 호투에 힘을 보탰다. 3회초 2사 1루에서 중견수 이주형은 가운데 담장 근처까지 멀리 뻗은 구리하라 료야의 타구를 점프 캐치하며 아웃카운트로 연결했다.
4회말에도 유영찬은 마운드에 올랐다. 2사 후 구레바야시 고타로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사카쿠라 쇼고를 투수 땅볼로 돌려세워 이닝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리고 5회말 선두타자 구와하라까지 유격수 땅볼로 막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유영찬은 아웃카운트 8개를 잡아냈다. 1군에서 이토록 많은 이닝을 책임진 건 단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지난해 6월 2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2⅔이닝을 던진 것이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기록이다. 특히나 유영찬은 올해 정규시즌 소속팀 LG의 마무리 투수를 맡아 긴 이닝을 던질 기회가 없었다. 멀티 이닝 세이브를 많이 챙기긴 했지만, 한일전처럼 많은 아웃카운트를 처리한 건 오랜만이었다. 유영찬의 투혼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유영찬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밖까지 뛰쳐나와 유영찬을 반겼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는 물론, 대만전(13일 고영표 2이닝 6실점)과 쿠바전(14일 곽빈 4이닝 무실점) 모두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불펜진을 조기 투입할 수밖에 없었기에 긴 이닝을 버텨준 유영찬의 호투가 더욱 고마웠다.
경기 뒤 만난 유영찬은 "감독님께서 '고생했다. 잘 던졌다'라고 말씀해주셨다"라며 "한일전이기도 하고, 일찍 등판하게 되어 긴 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욕심내지 않고 자신감 가지고 좋은 투구를 했다. 긴 이닝 투구가 예정됐던 건 아니지만, 경기 초반이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다. 일본 A급 타자라고 더 신경 썼던 건 없다. (KBO리그에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듯 똑같이 자신 있게 했다"라고 말했다.
일본전 패배로 대표팀은 현재 조별리그 1승 2패를 기록 중이다. 6개 팀 중 상위 2위 팀에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이 냉정히 쉽지는 않다.
가능성은 단 하나다. 일본이 조별리그 전승을 하고, 한국과 대만, 호주가 3승 2패로 서로 물리는 것이다. 서로 간의 상대 전적이 1승 1패가 되기에 동일 승률 시 팀 간 경기 결과를 따지는 '승자 승'이 아닌 득실 점수 차이로 순위를 가르는 팀 성적지표(Team Quality Balance·TQB) 규칙을 적용한다. 복잡한 단계까지 가야 슈퍼라운드 진출이 가려진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진출 방법이다.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
유영찬은 "아직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다. 한 경기씩 선수들 모두 온 힘을 다해 끝까지 하려 한다"라며 힘찬 각오를 밝혔다.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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