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투입은 심각한 갈등 고조'...숄츠 독일 총리, 푸틴 대통령에 경고

'북한군 투입은 심각한 갈등 고조'...숄츠 독일 총리, 푸틴 대통령에 경고

BBC News 코리아 2024-11-16 15:0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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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북한군을 투입한 것은 분쟁의 "심각한 확대"라고 경고했다고 독일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두 정상 간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통화에서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대화에 대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상세하고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며 “대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통화가 “판도라의 상자”라며, 푸틴의 외교적 고립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난하며 러시아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필요한 만큼 계속 지원하겠다는 독일의 변함없는 결의”를 강조하며,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에 대한 공습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전화 통화는 약 1시간가량 이어졌으며 두 정상은 연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가 독일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거래를 시도한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나치 독일과 소련이 동유럽 지역을 분할했던 20세기 역사적 아픔을 고려할 경우 더욱 그렇다.

독일 총리실은 서면 성명을 통해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대화를 나눴으며, 통화 후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이 러시아 언론에 전한 성명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러시아-독일 관계가 “독일 당국의 ‘비우호적인 행보’로 인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숄츠 총리에게 평화 합의는 “새로운 영토 현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2년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의미한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평화가 이뤄지려면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 “확장”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현재의 위기는 나토가 오랜 기간 우크라이나 영토에 반러시아 전초기지를 만들려 한 공격적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지난 10일 독일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평화 협상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번 결정은 혼자 내린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숄츠 총리가 다음 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온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한 것은 2022년 12월 2일이었으며, 대면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약 일주일 전에 이뤄졌다.

당시 숄츠 총리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없다는 약속을 받고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일주일 후 발생한 러시아의 공격은 독일과 러시아 간 신뢰의 마지막 끈을 끊어버렸다.

수십 년 동안 독일은 무역과 에너지 협력을 통해 러시아와의 평화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그 꿈은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난 셈이다.

현재 독일은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재정 지원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정치권 전반의 주요 정치인들과 대부분의 유권자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2월로 예정된 독일 총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상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과 극좌 포퓰리즘 정당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은 정부가 평화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두 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달하는 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숄츠 총리의 집권 연립정부는 지난주 사실상 붕괴했고, 현재 그는 총선 전까지 소수 정부를 이끌고 있다. 숄츠 총리와 그의 정당 모두 여론조사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줬다. 따라서 숄츠 총리가 갈등 종식에 기여한다는 신호는 선거에서 그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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