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중국 비야디(BYD)가 내년 초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BYD는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량을 높이고 있어,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높은 내수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BYD코리아는 지난 13일 “승용차 브랜드를 출시하기 위한 검토를 완료하고 승용차 브랜드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전기 지게차, 전기버스, 전기 트럭 등의 상용차 사업 중심의 사업만 진행 중인 BYD가 승용차 브랜드로 본격 진출하는 것이다.
BYD는 2025년 초를 목표로 초기 승용차 판매 및 서비스를 위한 지역별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인력 채용, 차량 인증, 마케팅 계획, 직원 교육 등 브랜드의 국내 공식 출범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아직 국내에 처음 출시할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중형 세단 ‘씰(SEAL)’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ATTO) 3’, 소형 해치백 ‘돌핀(DOLPHIN)’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이들 모델은 8월에 산업통상자원부 인증을 거친 데 이어 현재 환경부의 인증을 받고 있다. 인증 절차가 끝나면 보조금과 국내 판매 가격 등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BYD가 앞서 진출한 일본의 판매 가격을 살펴보면 씰은 528만엔(약 4750만원), 아토3는 450만엔(약 4050만원), 돌핀은 363만엔(약 3250만원)부터 시작된다. 일본에서 출시된 세 모델의 판매 가격을 고려할 때, 국내시장에서는 3000만~4000만원대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차량들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6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하게 된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물론 내수 점유율도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의 아성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승용차 110만115대를 판매, 7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수입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중에서만 보면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하지만 SNE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은 BYD가 1위, 테슬라 2위, 지리그룹 3위 순이다. 현대차·기아는 41만3000대를 판매해 7위에 그쳤으며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량 부진으로 2.6% 역성장을 기록, 점유율도 4.4%에서 3.5%로 하락했다.
SNE 리서치는 “유럽연합(EU)이 지난달 30일부터 5년간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한 최고 45.3%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등 자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가 남미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선점하며 해외 진출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BYD에 이어 중국 지리그룹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2026년 초부터 한국에서 신차 판매를 목적으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커는 주력 모델인 ‘지커 001’과 소형 크로스오버 ‘지커 X7’, 다목적차량(MPV) 모델인 ‘지커 009’ 등 3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이중 한국에는 001 모델과 X7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001의 중국 판매가격은 30만위안(약 5800만원), X7은 23만9900위안(약 4630만원)이다. 해당 모델들이 한국에 출시될 경우, 제네시스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의 국내시장 입지가 단단해 즉각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국내 기업이 중국 전기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저가형 라인업 확대와 내수 보호를 위한 보조금 정책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중국 차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 출시 초기에는 중국차가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고 점차 안전도에 대한 신뢰가 쌓이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경우, 소비자 구매력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저가형 모델 라인업도 확대해야 하는데 생산 단가가 높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라며 “하루빨리 생산 단가를 절감하는 방법을 찾아 소형차부터 풀라인업을 갖춰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YD의 ‘아토3’나 ‘씰’ 같은 경우, 해외에서 이미 가격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 출시될 때 비슷한 성능을 가진 경쟁사 모델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할 경우 내수 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BYD는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에서 내수산업 보호를 위한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정책을 차별화해 BYD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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