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일본은 부정할 수 없는 C조 최강자였다.
전후반에 각각 두 골씩 실점하면서 홈에서 일본에 0-4 대패를 당해 조 최하위로 주저앉은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도네시아는 1938 프랑스 월드컵 이후 3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본선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문턱인 3차예선 돌입 후 5경기 무승(3무2패)을 탈출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C조 강호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승부를 거둘 때만 하더라도 희망을 봤지만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였던 중국과 바레인에 패하면서 먹구름이 꼈다. 이어 15일 안방에서 열린 일본전에서는 0-4 대패를 당했다.
신태용 감독도 일본전 대패에 한숨을 내쉬었다. 신 감독은 그러면서도 "변화의 여지를 봤다"며 남은 5경기에서 반전을 기대했다. 초기 설정한 목표였던 3위 혹은 4위까지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15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아시아 지역 3차예선 C조 5차전 홈 경기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출신 귀화 선수들을 대거 선발 투입하면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잘 버티는 것처럼 보였으나, 전반 35분 저스틴 후브너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전반 40분 AS모나코 소속 공격수 미나미노 다쿠미에게 추가골을 실점했고, 후반전 들어 스포르팅CP의 미드필더 모리타 히데마사와 교체투입된 사우샘프턴 수비수 스가와라 유키나리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0-4로 참패했다.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후브너 외에도 마르텐 파에스(골키퍼), 케빈 딕스(측면 수비수), 라파엘 스트라윅(공격수), 나탄 추아온(미드필더) 등 귀화 자원들을 모두 선발로 꺼냈지만 유럽파로만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일본은 이날 교체로 투입한 다섯 명의 선수들마저 모두 유럽파였다. 셀틱의 공격수 마에다 다이젠이나 스타드 랭스에서 활약 중인 이토 준야, 블랙번 로버스 소속인 유키 오하시 등이 교체로 투입됐다.
무게중심을 아래로 뺀 인도네시아는 전반 17분 만에 일본에 첫 슈팅을 허용하는 등 좋은 수비력을 유지하는 듯했으나, 전반 35분 후브너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흔들렸다. 가마다 다이치의 패스를 오가와 고키가 받아 인도네시아 골문을 열었는데 이것이 후브너의 자책골로 기록된 것이다.
이어 전반 40분에는 일본 최고의 드리블러로 꼽히는 미토마 가오루가 중앙으로 패스한 공을 미나미노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뽑아냈다.
인도네시아는 두 번째 실점 이후 케빈 딕스를 샌디 왈시로 교체해 측면 안정감을 더하려고 했으나 후반전에 추가로 두 골을 더 실점하면서 결국 교체 효과를 보지 못했다.
후반 3분 파에스 골키퍼의 실책으로 인해 세 번째 실점을 내줬다. 공을 가로챈 모리타가 정교한 오른발 슛으로 골문 구석에 꽂아 넣은 것이다. 일본은 후반 17분 미토마와 도안 리츠를 스가와라 유키, 이토 준야로 교체하면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도 후반 23분 스가와라의 쐐기골로 승리를 가져왔다.
3차예선 돌입 후 2패째를 당한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지만,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볼라 스포츠', '템포' 등 복수의 인도네시아 매체에 따르면 신 감독은 "0-4로 패배했다고 해서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며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우리가 첫 골을 넣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처음부터 이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도록 3위나 4위를 목표로 생각했다"며 "우리가 곧바로 2026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3위 혹은 4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단결하겠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설명했다.
신 감독은 또 "물론 나는 지금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건 내가 인도네시아의 감독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C조 최하위로 처진 인도네시아의 상황에 대해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19일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다시 한번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3차예선 1차전이었던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던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전반 19분 만에 깜짝 선제골을 터트린 기억이 있다. 라그나르 오랏망고엔이 페널티 지역 오른편에서 시도한 슈팅이 샌디 왈시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전반전을 넘기지 못하고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실점해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인도네시아는 다시 한번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다. 인도네시아의 현실적인 목표인 3위 사우디아라비아, 4위 중국과의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뒤집을 여지는 충분히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또다시 '신태용 매직'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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