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 재계약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현 계약 1년 연장 옵션만 구상하고 있는 토트넘이 팬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손흥민이 좋은 일 있을 때면 격하게 축하하는 모습이 오히려 '역겹다'는 뜻이었다.
지난 8월 손흥민의 입단 9주년 때 SNS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축하했다가 논란만 일으켰던 토트넘이 이번엔 그의 A매치 기록을 다뤘다. 팬들 반응은 싸늘하다.
'축하 그만하고 손흥민 재계약부터 하라'는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손흥민 재계약 촉구 물결이 끝이 없다. 그 만큼 손흥민 거취 문제가 토트넘 팬들 초미의 관심사로, 그들의 마음은 단결된 모습이다.
손흥민 계약은 영국 언론이 이달 들어 기사로 연이어 다루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토트넘은 일단 다음 달까지는 결론을 내야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지난 4일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가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 1년 연장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었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손흥민에 대한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조만간 발동할 예정"이라며 "토트넘은 손흥민과 2021년 7월 마지막 계약을 체결했는데, 구단은 1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 옵션이 토트넘 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활성화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텔레그래프의 논조는 토트넘이 옵션 포기가 아닌, 손흥민과 1년 더 동행한다는 긍정적인 뉘앙스였다. 구단이 손흥민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베테랑임에도 내치지 않고 1년 더 동행한다는 의미였다.
지난 14일엔 세계 최고의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가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손흥민과 관련된 소식을 다루면서 역시 텔레그래프 보도를 확인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 연장, 빅클럽이 과연 손흥민을 원하는지 여부 등을 설명했다.
로마노는 우선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1년 연장할 계획이며, 그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서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손흥민과 손흥민의 측근도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고 관련 계약을 진행하길 원하는 토트넘의 의사를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손흥민 측도 토트넘의 계획을 확인한 상태라는 뜻이다.
이어 팬들이 궁금해 하는 손흥민이 다른 클럽들의 영입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도 꺼냈다.
다만 그는 아직 접촉 단계까지 간 사례는 없다고 했다.
로마노는 "손흥민 이름은 빅클럽들이 윙어를 찾을 때 늘 후보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면서도 "현재 손흥민이 다른 빅클럽들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로마노는 예전에도 손흥민 이적 이슈를 다룬 적이 있다. 몇 년간 토트넘에서 높은 수준의 활약을 보여준 것과 달리 이적시장에서 이름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물음에 "이것이 손흥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을 아니"라며 "손흥민을 지켜본 구단이 많이 있었지만 손흥민은 언제나 토트넘에서 건드릴 수 없는 선수로 생각됐다"고 했다.
로마노는 또 "손흥민에 대한 관심이 사실이라고 해도 (손흥민 이적을 두고) 다니엘 레비 회장과 협상을 벌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레비 회장이 있었기에 토트넘과 손흥민 영입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이적을 구체화했을 땐 입단 첫 시즌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일 볼프스부르크 입단을 타진했을 때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로마노는 손흥민이 이적시장 매물로 나설 경우 그를 찾는 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셈이다.
그런 가운데 토트넘이 손흥민과 2026년 6월 이후엔 결별할 것이라고 못을 박는 보도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팬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상 이슈가 있지만 손흥민의 클래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토트넘은 물론 대표팀 복귀전이었던 쿠웨이트전에서도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페널티킥 유도, 그리고 성공으로 건재를 알렸다.
영국 스퍼스웹은 지난 13일 "손흥민이 장기 계약을 제안받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소식 때문에 손흥민 측이 놀랐다. 좋은 영향은 아니며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그를 영입할 기회를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 여름 상당한 이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손흥민도 리스트 위쪽에 있는 선수"라며 그의 중동 이적설을 다시 제기했다.
TBR 풋볼은 앞서 지난 6일 "토트넘은 현재 손흥민 측에 한국 윙어와의 잠재적인 신규 계약에 대한 협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며 "토트넘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의 캠프는 재계약 협상을 잘 하고 있다가 이같은 구단 결정에 충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자세하게 소개해 화제를 뿌렸다. 팬들은 TBR 풋볼 보도에 탄식했다.
토트넘 입장에선 사우디 구단과 협상이 잘 될 경우 최대 900억원에 이르는 손흥민 이적료가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손흥민은 4년 총액 2400억원의 사우디 측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토트넘은 손흥민의 A매치 50호골을 기념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게재했으니 토트넘 팬들 입장에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지금까지 A매치에서 넣은 50골을 순서대로, 상대국 국기를 모두 집어넣는 정성으로 그의 기념비적인 업적을 기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득점 상대팀이었던 멕시코와 독일 국기도 들어있다.
다만 팬들은 댓글을 통해 "이런 거 올리지 말고 레전드 대우 해달라", "우린 손흥민 팬이지 토트넘 팬 아니다. 정신 차려라"며 질타했다. "이젠 손흥민을 자유롭게 해달라. 사우디도 안 갔다"며 구단이 1년 옵션 행사를 하지 말고 내년에 자유계약으로 손흥민을 풀어주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토트넘은 지난 8월 28일 "9년 전 오늘 우리는 손흥민과 서명했다"는 말로 손흥민 토트넘 9주년을 축하했다. 또 2015년 당시 손흥민과 2024년 현재의 손흥민 사진을 올려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걸 알렸다.
마침 여러 매체에서 "토트넘 최고의 7번은 손흥민"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에도 팬들은 폭발했다. "그래서 재계약은 언제 하나?", "손흥민 이럴 때만 띄우는 행태가 역겹다"며 토트넘 비난을 쏟아냈다. 이번에도 별 다르지 않다.
마침 손흥민 재계약을 촉구하는 전문가 목소리도 나와 눈길을 끈다. 과거 토트넘에서 스카우터로 활동한 브라이언 킹은 '토트넘 홋스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떠난다는 루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흥민에게 2년 계약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손흥민의 급여가 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이상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급여를 적당한 선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손흥민의 실력과 경험이 팀에 주는 도움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킹의 주장이었다. 당장의 금전적인 손익만 따지지 말고 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조언으로 해석됐다.
킹은 "손흥민처럼 경험과 수준을 가진 선수가 있다면 2년이라는 기간이 클럽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손흥민이 클럽에 기여한 것보다 3분의 1정도만 기여한 선수들이 버는 돈을 보면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손흥민은 다음 시즌 이후에도 벤치에서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 손흥민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선수다. 그는 코치들과 함께 젊은 공격수들을 가르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손흥민을 주전으로 기용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데리고 있을 가치가 높다고 확신했다.
사진=토트넘 SNS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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