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수정캠퍼스에서 만난 재학생 A씨는 “여대에 남자가 유입되는 순간 여대의 정체성은 훼손되는 것”이라며 “편입생을 포함해 남학생을 일절 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시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동덕여대에 이어 성신여대 학생들이 ‘남학생 입학’에 반대하며 올해 첫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동덕여대에서 시작된 ‘공학 전환’ 논란 불길이 진화되지 못한 채 성신여대 등 다른 여대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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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방문한 성신여대 캠퍼스는 입구부터 ‘반대’의 흔적이 가득했다. 정문에서 본관으로 오르는 언덕길에는 ‘남자 OUT’ ‘공학 반대’ 등의 문구가 스프레이로 칠해져 있었고, 캠퍼스 곳곳에는 남학생 입학을 반대하는 대자보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대학본부 건물 앞으로는 침묵 시위를 뜻하는 조화와 학교 점퍼가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
시위가 예정된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재학(졸업)생들이 반대 의사를 뜻하는 검정색 옷을 입은 채로 하나둘 캠퍼스 내 성신관 앞 잔디밭에 모여들었다. 총학 측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등 총 1200여 명이 참가했다.
임수빈 성신여대 총학회장은 이날 “학교가 학생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에 우리가 모였다”며 “이에 대한 사과와 앞으로의 개선 방향성을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자주성신 정체성은 여성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성신여대 남성입학 철회하라’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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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교와 학생 측 간의 갈등은 성신여대에서 2025년도부터 시행되는 ‘국제학부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촉발됐다. 이 입학전형에는 내년부터 국제학부를 신설하고 남자 외국인 학생도 받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학생들은 ‘해당 전형이 공학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에 나섰다.
총학생회가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등 학생들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자 학교 측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교 측은 “국제학부 설치는 공학 전환과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며 “현 시점에서 공학 전환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사실이 없고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입장문이 발표되자 학생회 측은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남성에게도 입학 자격이 허용한 것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공학 전환 자체보다는 소통 없이 일방적 결정을 내린 학교의 비민주적 태도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만난 성신여대 재학생 B씨는 “이번 외국인 남학생 입학 결정에 대해서 학생과 전혀 논의된 게 없었다”며 “총학이 학교 측에 제기해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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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총학 측은 이번 1차 대규모 시위를 기점으로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수빈 총학회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남학생 입학과 관련해 앞으로도 집회 등 움직임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다만 아직은 다른 여대와 공동으로 연합해 시위를 계획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동덕여대에서 불붙은 이번 여대의 공학 전환 논란은 성신여대에 이어 다른 여대로 번지는 모습이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까지 광주여대와 덕성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총학생회가 동덕여대 총학 입장과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6곳에서 남녀공학 반대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이날 시위 현장을 송출하기 위해 남자 외부인 유튜버들이 학교에 출입해 촬영하며 학생들 사이에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교 곳곳에서 남자 외부인이 목격되자 재학생들은 불안의 목소리를 전했다. 성신여대 재학생 C씨는 “이런 무단 촬영과 같은 범죄가 가장 두렵다”며 “이번 건은 남성에게 학교를 개방했을 때 우리가 느낄 두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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