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국어영역의 한 지문에 나온 인터넷 주소 링크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안내하는 사이트로 연결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시행된 수능 국어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 40~43번 문항 지문에 제시된 ‘https://k34~’로 시작하는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면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이라는 집회명과 함께 집회 일시와 장소가 적힌 웹페이지가 나왔다.
논란이 일자 해당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교육부는 당일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링크는 출제 과정에서 임의로 작성된 것”이라며 “해당 웹페이지는 시험 당일 문제 공개 시점인 10시 56분 이후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역시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 시험의 출제 문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평가원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교육적인 목적으로 대외 공개한 출제 문항을 정치적 목적으로 임의 사용한 것에 대해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추후 충북경찰청 수사과가 진상 및 경위를 규명할 예정이다.
수능을 앞두고 치러지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에 출제된 문제 속 QR코드가 실제 존재하는 웹페이지로 연결된 경우는 있었지만, 수능 시험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월 15일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응시한 10월 모의고사 국어영역의 한 지문에서는 ‘QR코드를 통해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세요’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문제상 QR코드가 제시됐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시 ‘2024.10.15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라는 안내와 함께 “전국 수험생들에게, 결과가 어떻든 네가 최고야♥”라는 문구가 게시된 웹페이지 주소로 연결됐다.
모의고사 문제상 QR코드가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사용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9년 첫 모의고사 시행 당시 고등학교 1학년 국어 영역 시험지 속 QR코드를 인식하면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앞으로의 학창 시절을 응원하는 덕담이 담긴 사이트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이 모의고사에서 가상의 주소를 사용한 전적이 있는 평가원에서 국민적 시험인 수능에 제시되는 사이트의 도메인을 선점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동시에, 도메인을 점유한 이에 대한 처벌 여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정보보호학과 임강빈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도메인 구매는 상업적인 차원의 행위기 때문에 우선권이 구매자에게 있다”면서 “이용 유효기간 이후 무한정 비용을 들여가며 도메인 링크를 유지할 수 없고, 도메인은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언제든 교육 외적인 용도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짚었다.
이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의미 있을 법한 URL을 미리 구매해 두고 고가로 판매하기도 한다. 때문에 도메인 구매자에 대해 구속력 있는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문제 출제 시 개념 전달만 할 수 있는 불효한 URL을 만들어서 사용하도록 하는 교육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치러진 수능에는 시험 종료 안내 방송이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북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50분께 전라북도 정읍의 한 고사장에서 시험 종료 5분 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15분 전에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사회탐구 영역 과목 시험 종료를 앞두고 방송 담당자의 실수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시험장 시험본부는 곧바로 정정 방송을 한 뒤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점을 고려해 시험 종료 시각을 1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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