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심 판결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과 성남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 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성남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을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1년 12월 대선후보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에 대해 한 말이 문제가 됐다. 김 씨는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를 알았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시장할 때는 이 사람의 존재를 몰랐다"고 답했다. 당시 직원이 워낙 많아 하위직인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 나와 식품연구원 부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 발언도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저희한테 압박이 왔다"며 "만약에 (백현동 용도 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 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선을 목적으로 대장동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이 같은 허위 발언을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 9월 2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최대 구형치인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법원 나온 이 대표 '항소할 것'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고 난 뒤 취재진을 만나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에 "기본적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이라며 "국민 여러분들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며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이 열린 법원 앞은 이 대표를 응원하는 지지자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맞불시위가 일어나며 삼엄한 분위기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서울중앙지검 앞 대로에서 '이재명 무죄'를 외쳤고, 보수 지지자들은 서울중앙지법 정문 바깥 대로에서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유죄로 1심 판결이 나자, 일부 지지자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보수 지지자들은 환호성과 함께 "이재명 구속"을 외치며 구호를 외쳤다.
정치권 인사들도 즉각 반응을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이 대표 선고 직후 SNS를 통해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선고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아무리 거대 야당의 힘으로 방탄의 둑을 겹겹이 쌓아도 정의의 강물을 막을 순 없다"고 했다.
반면 국회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믿어지지 않는다. 민심이 천심이거늘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끝내 이기리라"라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1심의 결과다. 헌법상 사법부는 3심제다. 의연해야 한다"며 "트럼프도 대법원 최종심에서 살아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도 치열하게 김건희특검과 민주주의, 민생경제, 남북관계 개선등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 정치권 판도 바뀔까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당내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예상된다.
'사법부 불신'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리더십' 붕괴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1심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면 특히 비명계 중심으로 당내 동요와 국민 여론 움직임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앞서 BBC코리아에 "이재명 대표에게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지면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은 강력히 반발할 것이지만 당내 '비명계'와 일반 국민들은 이 대표의 도덕성과 자격에 파탄이 난 만큼, 이 대표에 대한 반감과 비호감이 커지게 되어 결국 3심이 확정될 때까지 대권주자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이제 현실화하면서 정치적인 주도권 상실과 정당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 평론가는 국민 사이에서 일고 있는 동정론 역시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이 워낙 낮고 소통도 일방적인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부부에 대해서 너무 과한 수사가 아닌가 하는 여론과 또 반사적 이익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검찰이 아닌 사법부 그러니까 법원에서 판결이 유죄 판결이 나오는 건 또 얘기가 다르잖아요…. 그런 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타격은 있겠지만, 당내 리더십이나 분열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직 재판 과정이 남아있고 다른 재판도 있어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는 아직 재판 과정이 남아있고 다른 재판도 있어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당내 리더십에는 흠집 정도는 일 수 있지만 심각한 위협이 되기에는 아직 좀 이르다"며 "아마 (당에서)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그 나름의 대비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재판이 여럿 남아있는 만큼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대치 정국이 계속 될 것이라며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햇다.
그는 "정치적으로 다툼이 있고 서로의 입장이 있는 부분은 이해되는데 이게 사법의 영역으로 자꾸 넘어가서 OX 문제처럼 돼 버리고 정치적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공동체를 위협하는 듯하다"며 "그런 면에서는 우리 사회에 꽤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위증교사 혐의 위반 관련해서도 25일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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