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와 가장 가까운 음식을 꼽을 때 꼭 빠지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술(Drink, 酒)'이다. 나라를 불문하고 술 관련 속담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봐도 인류와 술의 인연이 얼마나 두터운지 쉬이 짐작된다. 덕분에 술 관련 산업 또한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며 꾸준히 발전해왔다. 분야도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졌다. 일부 기업은 전 세계인의 희로애락을 자양분 삼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도 인간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는 어김없이 글로벌 주류재벌의 제품이 존재한다.
中시총 1위 마오타이 이끄는 1970년대생 CEO…코로나·버드와이저 만드는 벨기에 맥주재벌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가장 큰 주류회사는 중국 전통주 바이지우(백주) 제조·판매 기업인 '마오타이(귀주모태)'다. 흔히 중국 최고의 술 하면 떠오르는 '마오타이주'가 기업의 이름인 것이다. '마오타이주'는 백주의 일종으로 세계 3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현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마신 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13일 상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마오타이의 시총은 원화 약 384조6820억원에 달한다. 현재 마오타이는 알리바바 등을 제치고 상하이 증시 시총 1위 기업에 올라 있다.
마오타이는 중국의 국영기업이다. 올해 6월 기준 마오타이의 최대주주는 귀주성 국가자산관리위원회(60.82%)다. 현재 마오타이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장더친(張德芹)' 회장으로 마오타이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이력을 지녔다. 1973년 구이저우성에서 태어난 장더친은 구이저우 공업대학에서 발효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1995년 곧장 마오타이에 입사했다. 그가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낸 구이저우성은 마오타이 본사가 위치한 지역이다.
그는 입사 후 약 9년간 마오타이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경력을 쌓은 뒤 2004년 주류제조공장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주류제조공장 사장 ▲마오타이 그룹 부사장·사장 등을 거쳐 올해 4월 귀주모태 회장에 임명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장더칭 회장은 키가 매우 작아 중국 내에서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또한 50대를 갓 넘은 젊은 나이 덕에 MZ세대를 겨냥한 사업 전략에 최적화된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마오타이는 중국 백주 시장 규모가 축소되자 20·30 소비자층 확대에 집중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장더친은 배경도 화려한 편이다. 그는 현재 중국공산당에 속해 있으며 지난해까지 제13차 구이저우성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구이저우성 당 위원회 서기로 활동 중이다.
글로벌 주류회사 중 시총 2위에 올라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기업인 벨기에의 '엔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다. 13일 브뤼셀 증권 거래소 기준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의 시총은 원화 약 141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카스 맥주회사' 잘 알려진 오비맥주의 모회사이기도 한 엔하이저부시 인베브는 2008년 인베브가 당시 미국 1위 맥주 회사였던 엔하이저부시와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인베브는 2004년 벨기에에 본사를 둔 인터브루와 브라질 양조업체 암베브의 합병으로 탄생한 양조회사다. 엔하이저부시 인베브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로는 ▲코로나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등이 있다.
올해 6월 기준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의 최대주주는 벨기에 인터브루 창업주 일가와 브라질 암베브 창업주 일가가 공동 설립한 엔하이저부시 인베브 재단(36.89%)이다. 두 창업주 가문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현재 엔하이저부시 인베브 이사회에 직접 참여중인 창업주 가문의 구성원은 벨기에 인터브루를 설립한 반담 가문의 자손 '알렉상드르 반담'이 유일하다.
1962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브뤼셀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인터브루에 입사했다. 그는 인터브루 전략 기획 부서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은 뒤 1992년 30살의 젊은 나이에 이사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현재 벨기에의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11월 기준 그가 보유한 재산은 원화 기준 4조34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엔하이저부시 인베브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미셸 두케리스(Michel Doukeris) CEO다. 1973년 브라질 라제스에서 태어난 그는 브라질의 산타 카타리나 연방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이어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6년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에 입사해 7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 사업을 담당했다. 이후 중국과 아시아 지사를 거치며 다양한 직책을 맡은 그는 2016년 글로벌 부문 총책임자를 거쳐 2021년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의 CEO 자리에 발탁됐다.
시진핑 경제 책사가 이끄는 '우랑예'…기네스·조니워커 대표하는 최초의 여성 CEO
전 세계 주류회사 중 시총이 3번째로 큰 기업은 중국의 명품 백주 제조기업 '우량예(五粮液)'다. 우랑예는 마오타이주와 함께 중국 3대 명주로 꼽히는 고량주로 마오타이주와 마찬가지로 제품명과 사명이 동일하다. 우량예는 수수, 찹쌀, 쌀, 옥수수, 밀 등 다섯 가지 곡물로 술을 빚어 '우랑예'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13일 상해증권거래소 기준 우량예의 시총은 원화 약 116조원으로 집계된다. 우랑예의 본사는 중국 쓰촨성에 위치하고 있다.
마오타이에 이어 우랑예 역시 중국의 국영기업이다. 올해 6월 기준 우랑예의 최대주주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54.83%)다. 국유자산감독관리원회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장관급 직속특설기구로 중국의 중앙국유기업들의 관리·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우랑예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시진핑정부의 경제통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정총친(曾忠秦) 회장이다. 그는 지난 8일 열린 제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정총진 회장은 1968년 중국 쓰촨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쓰촨성에 위치한 ▲이빈시 자원개발사무국 국장 ▲이빈시 에너지국 국장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빈시 추이핑구의 당위원회 서기를 맡은 뒤 2019년 우량예의 당위원회 부서기에 임명된다.
중국은 지방자치단체, 국영기업, 대기업 등에 모두 당 부서기·서기를 둬 공산당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당 부서기·서기는 공산당의 관리·감독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당 서기는 해당 기업의 회장이 동시 역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2022년 정총진은 우량예 회장과 당서기 자리에 동시에 오르며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2022년 그는 중국 노동 훈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글로벌 주류회사 시총 4위는 조니 워커 위스키와 기네스 맥주 등을 만드는 영국 주류 회사 '디아지오(Diageo)'다. 13일 런던 증권거래소 기준 디아지오의 시총은 원화 약 93조원에 달한다. 1986년 세계 최대 규모의 양조장이던 기네스의 맥주 양조장은 영국 스카치 위스키 회사 디스틸러 컴퍼니를 인수하며 글로벌 주류 회사로 거듭난다. 당시 맥주와 위스키 생산을 대표하는 두 양조장의 합병은 영국 주류 산업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왔다. 이후 기네스 양조장은 1997년 영국 부동산 투자회사 그랜드 메트로폴리탄과 합병하며 지금의 디아지오를 설립하게 된다. 초대 회장은 기네스 양조장을 운영하던 안토니 그리너가 맡았다.
디아지오는 합병 직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올해 6월 기준 디아지오의 최대주주는 미국 투자회사 더캐피탈그룹(5.53%)이다. 이어 ▲메사추세츠 투자 운용사(5.00%) ▲뱅가드그룹(3.6%) 등이 뒤를 이었다. 창업주인 기네스 가문은 디아지오 지분은 없지만 여전히 기네스 양조장에 대해서는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디아지오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미군 장교 출신인 '데브라 앤 크루'다. 데브라 앤 크루는 디아지오의 최초의 여성 CEO다. 1970년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는 덴버 대학교를 거쳐 시카고 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마친 후 그는 미 육군에서 4년간 군사정보 장교로 복무하며 대위로 전역했다. 그는 전역 후 과자 판매기업인 크래프트 푸즈에서 약 7년 간 근무했다. 이후 ▲네슬레 마케팅 수석 부사장 ▲담배 회사 레이놀즈 미국 지사장 등을 거쳐 2019년 디아지오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이후 지난해 전임자 이반 매네제스의 뒤를 이어 CEO에 올랐다.
'네덜란드 최대 부호' 창업주 가문 4세가 관리하는 하이네켄 맥주
글로벌 주류 기업 중 시총 5위에 오른 기업은 네덜란드의 '하이네켄그룹'이다. 하이네켄그룹은 네덜란드의 다국적 맥주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세계 맥주시장에서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13일 암스테르담 거래소 기준 시총은 원화 약 62조원에 달한다. 186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 올해로 창립 160주년을 맞은 하이네켄그룹은 지금까지 '하이네켄 가문'을 중심으로 한 가족 경영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하이네켄 그룹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 하이네켄 홀딩스(50%)다. 하이네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53.1% 소유한 투자회사 라르슈그린(L'Arche Green N.V.)이다. 라르슈그린은 하이네켄 가문과 호이어 가문이 합작 투자한 회사다. 다만 라르슈그린의 지분 88.98%를 하이네켄 가문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하이네켄 가문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호이어 가문이 보유한 지분은 11.02%에 불과하다.
하이네켄그룹은 창업자 제라드 하이네켄 이후 4대에 걸쳐 승계가 이뤄졌다. 4대에 들어서는 전문 경영인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경영권은 이사회에 속한 하이네켄 가문 4세 '샤를렌 드 카발로 하이네켄'이 행사하고 있다. 그는 하이네켄 가문 최초의 여성 경영인이자 네덜란드 1위 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아버지는 하이네켄 가문 3세 프레디 하이네켄으로 약 2년간 하이네켄 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프레디 하이네켄은 전대미문의 범죄 실화로 유명한 '재벌회장 납치사건'의 장본인이다.
샤를렌 드 카발로 하이네켄은 1954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교에서 법학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하이네켄에 입사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다양한 요직을 거친 뒤 불과 몇 년 만에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현재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딸까지 모두 하이네켄 그룹 이사회에 속해 있다. 그의 남편 마이클 데 카르발류는 하버드 경영대를 졸업한 수재로 골드만삭스 부사장 직을 역임한 엘리트 경영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주류회사들의 시초는 대부분 술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양조장에서 출발한다"며 "양조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농지와 술 제조시설 등 막대한 규모의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명문 가문들이 운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주류회사들이 주류 시장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