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취재1팀] 박희영·오혁진 기자 = ‘명태균 게이트’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사상 초유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세간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말을 얹으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제는 법원의 시간이라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 무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시작한 사건이 명태균씨와 그를 둘러싼 정치 자금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검찰도 명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익 제보자 강혜경씨의 법률 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사인의 국정농단’과 ‘공천 매관매직’이라고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다음은 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명태균씨가 검찰 조사에 출석해 “강혜경씨가 발생한(만든) 거짓의 산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강씨의 반응은 어땠나?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분노했다. 지금까지 강씨가 말한 것들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근거는 강씨가 제출한 음성 녹음을 비롯해 제3자가 제출한 음성 녹음, 제보자의 진술 및 녹취, 신용한 교수 등의 증언과 자료, 김태열 소장의 증언과 자료 등이다. 명씨와 김소연 변호사,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강씨가 진술한 내용에 부합하는 답변을 하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강씨가 쌓고 있는 ‘진실의 산’이 무엇인지, 명씨가 만들어 가는 ‘거짓의 산’이 무엇인지는 자명하기에 강씨를 비롯한 공익 제보자들은 이 상황의 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검찰이 있는 자료들을 왜곡하지 않고 정의롭게, 제대로 된 수사를 한다면 분명히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는다.
-돈 문제를 놓고 명씨가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면서 강씨와의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강씨와 명씨,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간의 돈 문제가 아니다. 돈 문제는 부수적이고, 중요한 것은 사인의 국정 농단과 대한민국 5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사인과 공천을 매관매직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명태균이라는 사인이 그런 매관매직의 주범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과 그 부인의 공천 개입, 그리고 사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때문이라고 본다.
-불법 여론조사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명씨는 대선후보 경선 당시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와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대통령 부부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상황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선거 부정에 대한 수사가 특검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명씨는 공짜 여론조사를 수도 없이 하면서 정치권서 인맥을 넓혀왔다. 대통령 부부 역시 공짜 여론조사를 받고 명씨의 역할로 경선서 승리자가 됐으며 그 후 대통령까지 당선됐기에 그 대가로 명씨가 지목하는 사람에게 공천을 줬다.
이는 대통령의 육성, 여사와 주고 받은 메시지, 김 변호사의 진술 및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나눴던 대화 및 문자, 카톡 등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다. 특히 그 수혜자인 김 전 의원의 육성 녹음과 이른바 ‘세비 반띵’이 결정적인 정황이다.
-명씨는 “강씨가 의붓아버지 병원비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강씨의 입장은?
▲우선 김 전 의원은 본인 지역 사무실 운영비 등을 강씨에게 곧바로 주지 않았다. 강씨가 먼저 사비로 지출하고 추후 변제받는 방식이었다. 김 전 의원이 강씨에게 줄 돈이 쌓여 있던 상황서 강씨가 “아버지가 아파서 큰돈이 필요하니 그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던 것이다.
강씨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항상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았는데 명씨는 굳이 ‘의붓아버지’라는 단어를 써가며 강씨의 가족사를 왜곡했다. 10년 넘게 같이 일하면서 알고 지냈던 명씨가 ‘의붓아버지’ 운운했다는 사실을 강씨의 모친이 알면 아마 마음이 찢어지실 것이다.
-명씨는 예비후보로부터 현금만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명씨는 “단 1원도 받지 않았다”며 ‘계좌 추적’을 거듭 강조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신용불량자가 계좌를 이용한 거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씨는 계좌를 살펴봤을 때 본인이 취득한 이득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생각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금 흐름을 강조하면서 “정치자금법에만 국한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자기 명의로 돈을 수취한 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부정한 돈을 취득한 적이 없고, 본인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 역시 현재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는 선관위서 고발된 정치자금법 위반만 적시해뒀으나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용산의 명령으로 사건을 축소한다’는 오명을 받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겠다면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명씨는 SNS를 통해 “지선 예비후보가 건넨 억대 돈이 왜 강혜경·김태열 개인 통장으로 들어갔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강씨의 입장은 무엇인가?
▲지방선거 예비후보가 제공한 돈은 명목과 성격이 부정하기 때문에 이를 미래한국연구소 명의로 입금해 처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김 전 의원의 정치 계좌로 받을 수도 없었으며, 신용불량자인 명씨의 계좌로 받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결국 회계책임자인 강씨 명의의 통장으로 받아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씨는 입금 후 사용처를 꼼꼼히 정리해뒀기에 검찰에 제대로 모든 것을 소명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 또한 강씨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명씨는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돈 9000만원에 대해 “빌려준 돈을 받았다”고 해명했는데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돈을 빌렸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의 육성 녹취를 보면 스스로 모든 것을 자인하고 있다. 또 자신이 수십억원대 자산가라고 하면서도 명씨 역시 그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하지 않는가. 김 전 의원은 돈 한 푼 쓰지 않고 당선됐는데, 그렇다면 급하게 써야 하는 필요 비용은 누가 댄 것인가? 자금의 출처를 찾아가다 보면 결국 강씨가 자신의 계좌를 적극 활용해 당시 상황을 정리했음이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 간의 금전거래가 공천 대가성이라는 명확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을 공천해달라는 명씨의 말, 대통령의 육성 녹음, 그리고 공천관리위원회서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관계자들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확정한 녹음파일이 존재하는데 당사자가 부인하면 ‘인정 안 하는 것’인가?
-명씨는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누구나 사람을 추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논리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누구나 사람을 추천할 수는 있지만 ‘추천의 방식’은 인사 시스템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 대통령을 안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 아무 이유도 없이 누구를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 말을 듣고 또 그 사람을 공천하는 식이라면 인사 시스템은 이미 망가진 것이다.
법조인으로서 수십년을 살고 있는 나도 대통령에게 사사로이 추천할 수는 없고 꼭 추천을 하고 싶으면 공적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명씨가 그런 시스템을 통해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고, 대통령은 “추천만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명씨가 추천한 사람이 공천됐기 때문에 그런 변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공천 개입과 비슷한 맥락으로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이 나오자 명씨는 “정책 의견을 내는 게 잘못됐느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정책에 대한 의견은 누구든지 낼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공적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명씨가 어떤 시스템을 이용해 정책을 냈는지 궁금하다. 그냥 친한 관계라는 것을 이용해 사적으로 모의하고 그 모의에 따라 상황을 만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나라는 망한다. 특히 청와대-용산 이전이나 창원 산단 지정, 투기 과열 지정 해제 등은 나라의 중요한 정책인데 이런 정책이 친한 몇 명의 귓속말로 이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강씨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가 명씨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명씨는 해당 연구소를 이미 김태열 소장에게 넘겼다고 주장하나, 어떻게 넘겼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이전에 명씨가 운영하던 <시사경남>을 넘길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빚에 허덕이는 곳이었다. 또 여론조사의 불투명성과 조작, 선거 방해 행위 명목으로 이미 행정처분과 형사처분을 여러 번 받은 업체였다.
수천통의 전화 녹취를 보더라도 미래한국연구소서 행하는 모든 종류의 여론조사와 의사결정은 모두 명씨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이뤄졌으며 강씨와 김 소장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특히 강씨는 김 소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 등기상 대표자가 김씨라고 해서 그가 실소유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씨가 소유한 녹취록 중 더 언급될 부분이 있나? 강씨가 언급했던 리스트를 보면 명씨가 여야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 같은데?
▲강씨가 소유한 녹취록은 아직도 분석 중이다.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강씨가 가진 녹취록의 한계는 강씨에게 전화를 걸었거나 강씨가 전화를 건 사람들의 대화만이 저장돼있다는 것이다. 즉, 대면 상태서 이뤄진 중요한 지시나 진술들은 녹취 형태로 남아있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3의 제보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강씨가 제공할 수 없는 녹취나 증거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씨는 “돈만 주면 여론조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평소 말해왔다. 여야 가릴 것 없었지만 주로 여권 인사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이와 관련된 증거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
-명씨가 어떻게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알게 됐는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미스터리다. 나름 잘나갔던 ‘브로커(?)’라는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을 매개로 여권의 거물 정치인들을 모두 알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도 여론조사 등을 하면서 창원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등과 친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김 전 의원과 엮이고 나서부터는 이를 적극 활용해 “명태균은 믿을 수 있는 거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을 통해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된 이후에는 특유의 무속적 접근으로 여사를 사로잡았고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전 사건이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불거진 후에야 검찰이 뒤늦게 수사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처음에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었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역시 작게 축소해 정리하려고 했었다. 이는 김 전 의원과 강씨의 대화에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이 선관위와 검찰 관계자에게 “잘 말해뒀다”고 암시하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김 전 의원이 이번 총선서 6선이 됐다면 이 사건은 묻혔을 것이다. 모든 비극은 본인들이 기대했던 바대로 이뤄지지 않은 우연적 변수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현재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나올 수많은 증거에도 눈을 감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끝으로, 강씨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공익 제보자로 나섰다. 그가 이번 사건서 반드시 밝혀내고 싶어 하는 것은 뭔가?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은폐된다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사인의 국정 농단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괴감, 그들이 너무도 태연하게 잘살고 있다는 점에 대한 놀람 등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강씨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처벌받겠다고 했다. 이미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강씨, 김 소장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운 정황과 당시 모의했던 메모 등이 검찰에 제출됐다. 이번 제보를 계기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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