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이사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꾸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주가 조작을 해도 처벌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량 잡주로 전락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며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30대 상장기업 중 8곳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에게 장악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소송 남발과 의사결정 지연이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상법 개정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형사적 이슈로 번져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며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해야 기업경영에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동시에 이 같은 변화가 기업의 신산업 투자 및 인수합병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강원 세종대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에선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법규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주간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상법 개정 논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재계, 그리고 전문가들이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며 상장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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