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이번 행사를 이용해 환경운동가 및 여러 정치 반대파를 탄압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당사국총회 주최국이 시민들을 탄압하고 합법적인 시위권을 억압한다는 비난이 제기 건 이번이 벌써 3년째다.
기후 단체 약 2000개가 모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이 기후 변화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보호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하며 자국에는 정치범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 세계 지도자들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모여 지구 온난화 해결책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아제르바이잔의 환경 양심수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당사국총회 주최국 선정 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정부기구인 국제앰네스티의 나탈리아 노자드제는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이 COP29의 개최국으로 발표된 이후,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정부를 비판적이거나, 정부의 정치적 의제에 반대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한 체포와 단속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단체인 ‘아제르바이잔 정치범의 자유를 위한 연합’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언론인, 환경 운동가, 정치적 반대자를 포함한 정치범의 수가 3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의 석유와 천연가스 상황 등을 연구하는 구바드 이바도글루(53)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교수 또한 지난해 여름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가택 연금 상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바도글루 교수에게 제기된 혐의가 “수상쩍다”고 주장했으며, 그의 딸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아버지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바도글루 교수는 이번 주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들을 체포하고 구금하는 행위는 권위주의 정부의 공통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 문제로 현재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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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르 맘마들리라는 남성은 아제르바이잔 정부에 화석 연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주요 국제 조약인 파리 협정 준수를 촉구하는 단체를 공동 설립한 지 불과 2달 만인 올해 4월, 밀수 혐의로 체포됐다.
환경 운동가들은 아제르바이 정부가 정부 예산 출처의 약 60%에 해당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난 1월, 아제르바이잔이 향후 10년간 화석 연료인 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12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COP29 회의 중 석유와 천연가스는 “신의 선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맘마들리의 측근인 브시르 술레이만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행동을 위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플랫폼이 되어야 할 COP29가 전혀 다른 모습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책임을 묻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들이 외면당하거나 억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짐 베이데밀리(61)라는 남성도 지난해 자신이 사는 마을 근처에서 벌어지는 금 채굴에 항의하다 체포된 뒤, 결국 지난달 갈취 혐의로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전 15개월간 구금돼 있었으나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베이데밀리의 변호사 아길 라직은 터무니없는 혐의라면서 이는 COP29 개최를 앞두고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반대파 묵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전 당사국총회를 개최한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 당국도 시민단체를 억압한다는 비슷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언론인이자 환경 운동가인 에민 후세이노프는 “아제르바이잔이나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처럼 조직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당사국총회) 개최 자격 획득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리예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으며, COP29를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고 그린 워싱할 좋은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총회 시작 전, 아제르바이잔 외교부의 고위 관리인 엘친 아미르바요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러한 주장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아제르바이잔은 시민사회를 포함한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들의 이 글로벌 행사에 참여를 차별하지 않습니다.”
당사국총회의 개최국은 매년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선정되며, 해당 지역의 모든 국가가 COP 정상회의 선정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시민사회에 적대적인 국가의 선정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기후 단체인 ‘350.org’의 안드레아스 시버는 “UN은 모든 국가를 포함하고자 한다”면서 “그렇다면 ‘어떠한 규칙으로 정해야 하는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시버는 개최국 합의서에 이전 총회 시 우려했던 사항인 참석자에 대한 스파이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도록 UN에 촉구했다.
UN은 당사국총회에서의 시민운동가들의 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기후 변화를 담당하는 UN 산하 기구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올해 개최국 합의서에 처음으로 인권 보호에 관한 조항이 포함됐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진전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후행동네트워크’의 타스님 에솝 이사는 “(현재 UN은) 개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말할 수 없는데, 이게 바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솝 이사는 이러한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다른 국가들의 몫이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시민사회에 대한 지원과 지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부분임에도 인정했다.
한편 지난 10월, 유럽의회 의원들은 아제르바이잔의 활동가, 언론인, 야당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비난하며 인권 유린은 COP29 개최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후세이노프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거의 “포기”했다고 했다. 특히 COP27 개최국이었던 이집트의 인권 기록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던 것과 달리 지난 몇 년간 영국 정부의 침묵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스타머 총리는 COP29에서 알리예프 대통령을 만났으나, 이바도글루 교수의 딸이 요청한 대로 인권이나 이바도글루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외교부는 대변인은 이 문제는 장관들이 “정기적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솝 이사는 기후변화 의제 진전에 있어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시민사회 탄압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소득 국가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손실 및 피해 기금을 설립해야 한다고 지난 30여 년간 협상하고, 투쟁한 주체는 바로 시민 사회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로 인해 저들이 의무와 약속을 이행하도록 압박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저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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