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 용인시 소재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실내는 침묵으로 가득 찼고 한숨만이 정적을 메웠다. 숨죽인 채 눈물을 삼키는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다.
한켠에 있던 한 여성은 울다 지쳤는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눈 감은 강아지를 조심스레 쓰다듬기를 반복했다. 반려견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이내 눈가가 붉어졌다. 이곳을 찾은 다른 반려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창가에는 반려동물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쪽지가 빼곡하게 걸렸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동물병원에 맡기거나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자들에게 이 과정은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를 쓰레기처럼 버리는 일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장례식장을 찾아보다 정중히 반려동물을 보내주려는 보호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반려동물 장례는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염습 ▲입관 ▲추모 예식 ▲화장 ▲분골 ▲봉안 순으로 이뤄진다. 장례 지도사는 알코올로 반려동물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그곳에서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염습을 마친 후 보호자의 선택에 따라 삼베나 실크 등으로 만든 수의를 입힐 수 있다.
화장 과정은 약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 보호자에게 전해 주면 유골함에 담아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스톤으로 제작하는 등 각자 원하는 방법으로 기릴 수 있다. 장례가 끝나고 나면 동물등록 말소 신고를 해 공식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알리게 된다.
해당 장례식장 3층에 있는 납골당은 유리 벽을 따라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과 편지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선반에는 반려동물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었고 그 옆으로는 각자의 반려동물들이 좋아했던 간식과 장난감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장례업체는 2020년 59곳에서 2024년 77곳으로 크게 늘었다. 이곳을 운영 중인 심흥섭 대표는 "한 달에 350건에서 400건 정도의 장례가 치러진다"며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떠나보내려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중 28곳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 있다. 기자 또한 한 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두세 번을 환승해 장례식장에 갈 수 있었다. 내려서도 15분을 꼬박 걸었다. 현재 서울 내에는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한 곳도 없다. 장례식장이 혐오시설로 분류돼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설립이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불법 장례업체가 난립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려동물 장례는 단순한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호자들은 작별의 시간을 통해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마음에 쌓인 슬픔을 조금씩 정리해간다. 장례지도사의 안내로 조용히 의식을 마치며 보호자들은 비로소 반려동물이 존중받으며 떠났다는 위로를 얻는다. 이곳을 방문한 보호자들은 떠난 반려동물의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장례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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