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성통상이 편법 증여 의혹에 휘말렸다. 내부거래를 활용해 회장이 자식들에게 회사 주식을 넘겼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참에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인정받았던 장남은 부친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차기 오너 자리를 공고히 한 상태다.
신성통상은 SPA ‘탑텐’, 남성복 ‘올젠’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패션기업이다. 1973년 대우그룹에 편입됐던 이 회사는,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를 겪으며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주고 받고
앞날이 불명확했던 신성통상을 인수하고자 나섰던 게 바로 염태순 현 회장이다. 가방 제조업체 가나안상사(현 가나안)를 운영했던 염 회장은 2002년 가나안컨소시엄을 내세워 924억원에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이후 신성통상은 고공행진을 거듭했고,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2002년경 3000억원을 밑돌던 연 매출은 1조5000억원대로 5배 이상 커졌고, 최근 3년간 연평균 영업이익은 1432억원에 달한다.
현재 신성통상은 가나안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가나안은 올해 6월 말 기준 신성통상 지분 42.10%(6049만8000주)를 보유 중이다. 2010년 염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나안은 최근까지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28%대였던 지분율은 40%를 넘긴 상황이다.
염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신성통상 이사는 가나안을 실질 지배하고 있다. 1992년생인 염 이사는 가나안 사내이사로 등재돼있으며, 올해 6월 기준 가나안 지분 82.43%(47만81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염 이사가 가나안을 지배하는 구도는 2009년경 완성됐다. 이 무렵 가나안은 주식 수를 38만주서 58만주로 늘렸는데, 염 이사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어 부친으로부터 가나안 주식을 증여받는 수순이 뒤따랐다.
염 이사는 증자·증여 등을 통해 순식간에 가나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가나안→신성통상→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된 셈이다.
에이션패션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염 회장이 지분 41.2%(32만9500주)로 최대주주인 에이션패션은 신성통상 2대 주주(지분율 17.6%, 2537만6900주)이자, 가나안 3대 주주(7.57%, 4만3900주)다.
염 이사가 염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을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염 회장의 세 딸은 증여받은 주식을 현금 확충 수단으로 썼다. 염 회장은 2021년 6월 염혜영·염혜근·염혜민씨에게 신성통상 지분을 4%(574만여주)씩 증여했다. 증여 당시 신성통상 주가가 1주당 2645원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증여액은 152억원 수준이었다. 염 회장의 지분율은 8.21%로 감소했다.
경영권 승계 수순 밟는 장남
증여받아 현금 늘리는 세 딸
신성통상은 증여가 이뤄진 3개월가량 흐른 2021년 9월, 순이익이 약 7배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신성통상은 “수출 부문 흑자전환 및 패션부문 원가율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순이익 공시 다음 날 가나안은 염 회장의 세 딸로부터 신성통상 주식 100만주씩을 주당 4920원에 장외에서 사들였다. 이 거래로 세 자매는 22억원씩 차익을 거뒀다.
염 회장이 세 딸에게 주식을 넘기는 광경은 올해 초에도 되풀이됐다. 지난 2월 염 회장은 세 딸에게 287만4168주씩을 증여했는데, 당시 신성통상 주가는 1906원으로 연중 최저가에 근접했다.
염 회장이 세 딸에게 증여한 주식은 최근 들어 편법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염 회장 일가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염 회장이 신성통상의 2021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미리 알고 세 딸에게 주식을 저가로 증여했다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6월 결산 법인인 신성통상은 9월에 대폭 증가된 순이익을 공시했다”며 “공시 이튿날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이 염 회장의 세 딸로부터 신성통상 주식 100만주씩을 1주당 4920원에 장외에서 사들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매각 가격을 증여 당시 주가(2645원)와 비교하면 갑자기 2배 뛰었는데, 세 사람에게 20억원 이상씩 이익이 돌아간 셈”이라며 “염 회장이 저가로 증여하고, 가나안이 고가로 매수 한 부분이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찜찜한 구석
강민수 국세청장은 염 회장 일가가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 국세청장은 “특정 건에 대해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그 이슈에 대해서 당연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국감에서 제기한 사안인 만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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