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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역에서 내려 통화하며 길을 가던 남자(하성국 분)는 처음에 길을 잘 못 찾아 헤매다가 다행히 아는 길에 들어선다.
그때 누군가 어깨를 두들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일단 전화를 끊고 대화한다.
여자(이명하 분)는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행사에 모더레이터로 참여하기 위해 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여자의 엄마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게다가 애인과 헤어지고 전화번호도 바꿨다는데, 번호가 바뀌었다는 것조차 몰랐다.
같이 잠깐 담배나 피우자는 말에 남자가 끊었다고 한다. 이에 여자는 너도 변했다고 말한다.
여자와 중간에 헤어진 후, 남자는 가판대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사서 골목에 서서 담배를 피운다.
그러다가 오늘 만나기로 한 여자친구(정수지 분)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간다. 그는 다시 아까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걷는다.
함께 걷는 사람이 달라서인지 같은 장소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어서 2막에선 서울극장 폐관을 앞두고 영화 <미망인> 상영회에 모터레이터로 참석한 여자는, 같은 곳이지만 지금의 서울과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회식 후, 행사 주최 측 팀장(박봉준 분)과 피맛골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극장이 문 닫으면 여자에게 연락할 일도 없기에, 용기 내서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이성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애인도 없고, 이성애자라는 말에 다행이라며 좋아한다.
이어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여자가 자기는 애는 있는데, 남편은 없다며 그래도 다행이냐고 묻는다.
여자의 갑작스런 고백(?) 때문인지, 둘은 버스정류장을 지나친다. 이에 여자는 여기(광화문)에 올 때마다 길이 헷갈린다고 말한다.
지하철역으로 가다가 여자가 담배나 한 대 피우자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한테 애가 있다는 건 가정이었다고 말한다.
이에 팀장은 자기야말로 애는 있지만, 아내는 없다고 말한다.
3막. 여자는 친구가 전시회를 하니 보러 오라는 말을 듣고,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같이 데리고 가도 되는지 묻는다.
상관없으니 데리고 오라는 말에 이 얘기, 저 얘기 나눈다.
그러다가 애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남자친구보다 가까운 데 있는 자기가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자리를 뜬다.
영화 <미망>은 3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작품이다. 1막은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는 뜻의 미망(迷妄), 2막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의미의 미망(未忘) 그리고 3막은 ‘멀리 넓게 바라보다’라는 뜻의 미망(彌望)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시작은 극 중 ‘여자’ 역을 맡은 이명하와 있었던 일에서 비롯됐다.
영화에서처럼 그림을 배우러 길을 가던 중, 뒤에서 이명하 배우가 등을 두들겼고, 서울극장에 가는 길이라고 해서 동행하다가 이 영화의 뼈대를 잡았다고 한다.
총 3막의 이 영화는 모두 하루에 일어난 일처럼 보이지만, 감독의 설명은 다르다.
김태양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1막에서 낮에 팀장에게 전화를 받은 여자가 2막에서 몇 년 후, 밤에 팀장과 만나고, 3막에서 낮과 밤이 나오기에 4년의 시간이 영화 속에 녹아있지만, 관객들에겐 하루의 일로 보였으면 한다고.
또, 종로일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라 이를 보여주고 싶어서 종로와 광화문을 주요 배경지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는 아니다. ‘여자’ 역을 맡은 이명하는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 편 모두 나온 나는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며 찍지는 않았다”고 말했고, 박봉준은 “로맨스가 저한테 주는 이미지는 환상인데, 이 영화는 환상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감독은 “사랑의 순간이나 이별에 대한 로맨스가 아닌 ‘타이밍’에 대해 다룬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종로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20일 개봉.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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