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봉화산 일대에서 큰 뿔이 달린 사슴이 자주 목격되며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순천시와 순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봉화산에서 사슴을 봤다는 신고가 30건 넘게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다양하다. “사슴이 농작물을 훼손했다”는 신고부터 “사슴 사체를 발견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사슴은 꽃사슴으로 확인됐다. 꽃사슴은 봉화산 둘레길과 인근 동천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등산객들이나 근처 주민들 사이에서 “사슴을 봤다”는 목격담은 흔한 일이 됐다. 더구나 사슴이 무리를 지어 도로를 활보하는 모습도 목격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봉화산에서 내려온 사슴 한 마리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난동을 부려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다. 사슴은 포획됐지만 그물망을 찢고 도주했고, 결국 소방대원들은 추가적인 포획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 2명이 어깨와 무릎, 얼굴에 부상을 입었고, 사슴이 파손한 차량의 수리비만 수백만 원에 달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15~20년 전 조례동의 한 사슴농장에서 꽃사슴 몇 마리가 탈출해 봉화산에 정착하면서 개체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재 봉화산 일대에 서식하는 사슴의 개체 수는 약 30마리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개체 수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사슴은 야생동물이 아니라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개체 수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슴은 법적으로 사냥이 금지돼 있으며, 농작물 피해 등 명확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포획하거나 살상할 수 없다.
문제는 사슴이 도로를 활보하거나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0~1월은 사슴의 짝짓기 시기로, 수컷 사슴이 공격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슴을 마주했을 때 소리를 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사슴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북 군산시에서도 사슴 목격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군산시와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2시 30분, 군산 은파호수공원 물빛다리 인근에서 뿔 달린 사슴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오후 7시 10분과 오후 9시 20분에도 호수공원 인근 도로와 산책로에서 사슴을 봤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은파호수공원 근처에서 사슴을 목격한 한 시민은 “밤에 도로를 달리던 중 사슴이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걸 보고 급히 차를 멈췄다”며 “최근 수원에서 사슴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봐서 혹시나 나도 당할까 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군산시에서는 지난 5월 나운동의 한 사슴농장에서 사슴 4마리가 탈출했는데, 이 중 2마리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군산시 관계자는 “특히 겨울철 짝짓기 시기에는 수컷 사슴이 공격성이 강해진다”며 “사슴을 발견하면 접근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경기 지역에서 사슴과 관련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지난 6일 수원시 광교호수공원에서 30대 남성이 사슴뿔에 찔려 복부와 사타구니를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장안구 광교저수지 산책로에서 60대 여성이 사슴뿔에 다리를 찔려 부상을 입었다. 수원과 의왕 일대에서 탈출한 사슴이 시민들을 위협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 인근에서 사슴 출몰이 잦아지면서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각 지자체는 긴급 포획에 나서고 있지만, 사슴이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관리와 제도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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