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황재희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미국 빅테크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국내외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고 30%가량 인력도 감축하는 상황에서 영업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은 눈길이 가는 행보다.
3나노(nm, 나노미터)에서 2나노로 파운드리 공정 기술이 전환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 파운드리가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기 위한 필사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세공정에 적용되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에선 삼성이 TSMC보다 한 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美 현지 영업 강화하는 삼성 파운드리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할 파운드리 인재를 모집 중이다. 주 업무는 미국 내 주요 팹리스 고객들을 발굴해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로 유치하는 영업관리 분야다. 국내 10년차 반도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보다 1.5~2배가량 높은 4억원이라는 연봉 조건도 제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내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파운드리 사업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보면 의외의 움직임이다. 다만 삼성 위기를 불러온 파운드리 사업부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사의 행보라고 볼 수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건설을 위해 파견했던 국내 직원들을 지난 9월 초까지 철수시키는 등 투자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공장 완공 시점 역시 오는 2026년으로 늦췄다. 현지 대형 고객사 확보가 불확실한 데다 적자가 매 분기 수천억원씩 누적되는 상황에서 수조원대 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이 컸던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위기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분사는 없다. 성장을 갈망한다' 라며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로서는 사업을 존속해나가기 위해 미국 빅테크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특명이 주어진 셈이다.
파운드리 미래건 2나노 승부수
삼성 파운드리가 미국 빅테크 기업 고객 확보에 적극적인 건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기술력에서 어느 정도 수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2나노 공정 단계에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2나노에서부턴 경쟁사들도 기존의 핀펫 공정 대신 GAA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한발 앞선 경험을 가지고 있어 수율 안정화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경쟁력을 갖췄다.
GAA 구조는 기존의 핏펫 구조보다 고성능, 저전력을 구현하기 위한 최첨단 공정 기술이다. GAA 이전 기술인 핀펫 공정이 반도체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3개면을 감싸는 구조였다면 '게이트 올 어라운드'를 뜻하는 GAA 공정은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다. 미세한 전류 누설을 더 효과적으로 막는다. 가령 삼성 3나노 GAA 2세대 공정의 경우 기존 5나노 핏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50% 절감, 성능은 30% 까지 향상시켜 준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삼성 파운드리가 GAA 적용 3나노에서 TSMC의 핀펫 적용 3나노만큼의 안정된 수율을 확보하더라도 이미 고객사 확보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TSMC는 60% 이상의 안정된 수율을 통해 대형 고객사의 2026년 물량까지 완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에는 TSMC와 인텔 등 파운드리 업체의 2나노 양산 경쟁이 본격화된다.
삼성 파운드리가 3나노에서 2나노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다. 이를 증명해 주는 건 최근 진행된 삼성 반도체의 3분기 실적 발표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 공정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대신 2나노 공정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송태준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 상무는 당시 퍼런스 콜에서 "당사 핵심 사업인 2나노는 고객사 배포 제품 설계를 진행 중이며 4분기 중 2나노 GAA 양산성 확보와 경쟁력 있는 공정과 설계 인프라로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나노 GAA도 결국은 수율이 관건
일각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GAA 공정에 앞서 있다고 해서 2나노 경쟁에서 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데 여기에는 2나노 생산을 위한 시설도 포함된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2나노 생산을 위한 공장 완공을 빠르게 요구할 경우 2028년 예정된 준공 시점을 더 앞당길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2나노에서도 TSMC가 승기를 가져갈 수 있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TSMC의 강점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독보적인 1위라는 점과 이미 3나노 양산에서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다수 고객사로 확보해 신뢰 기반을 다졌다. 2나노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테일러 팹 시설 투자를 중단한 반면 TSMC는 미국 정부, 현지 빅테크 고객사와 관계를 고려해 투자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이 3나노 GAA에서 수율 확보에 오랜 시행착오를 겪어왔는데, 2나노 GAA에선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수율을 끌어올려야 그나마 겨뤄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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