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피를 흘리면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더라고요. 남들은 천재라고 하는데 정말 무섭게 연습합니다”
프로당구 PBA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17살 신성’ 김영원의 아버지 김창수(43) 씨는 아들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전히 기쁨과 감격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김영원은 지난 11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4~25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오태준(32)을 세트스코어 4-1로 누르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7년 10월 18일생인 김영원은 우승 당시 나이가 만 17세 24일이었다. PBA 출범 후 최연소이자 첫 10대 챔피언이 됐다. 어린 나이에 우승상금 1억원도 챙겼다.
당구는 관록과 경험의 스포츠다. ‘구력’이 쌓인 만큼 실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현재 세계 당구계를 주름잡는 선수들도 대부분 50~60대 노장들이다.
그런데 겨우 17살밖에 안된 김영원이 PBA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당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김영원이 당구 신성으로 떠오른 데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영원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12살 때 처음 큐를 잡은 것도 아버지를 따라서였다.
“아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을 게 뭘까 고민했죠. 컴퓨터게임도 같이 해보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당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다른 건 소질이 없었던 (김)영원이가 당구는 너무 재밌어했어요. 코피가 나는데도 휴지로 코를 막아가면서 계속 공을 치는 거예요.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력이 금방 늘더니 선수까지 하게 됐죠”
남들은 김영원을 ‘타고난 천재’라고 부른다. 김 씨의 생각은 다르다. ‘아들의 당구실력은 99%가 연습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12시간 넘게 혼자 연습해요. 사실 몇 시간 동안 게임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서 연습하는 건 쉽지 않거든요. 영원이는 테이블만 있으면 혼자서 공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12살 때 처음 큐를 잡은 김영원은 불과 1년 만인 중학교 1학년 때 3쿠션 점수가 25점까지 올랐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21년에는 전국학생선수권대회에서 3쿠션 중등부 1위를 차지했다.
당구에 대한 아들의 진심을 확인한 아버지는 큰 결심을 했다.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 당구선수의 길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PBA에서 세계적인 강자들과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2022년 만 15세 나이로 PBA 3부투어(챌린지투어)에 참가한 김영원은 1년 만에 2부투어(드림투어)로 승격했고 두 차례 준우승을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1부 투어 대회 경험을 쌓기도 했다. 2023~24시즌 5차투어(휴온스 챔피언십)에서 PBA 우승자 출신인 에디 레펀스(SK렌터카)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번 시즌 1부 투어 풀시드를 받은 김영원은 시즌 첫 대회(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이라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아버지 김창수 씨는 김영원이 PBA에 뛰어든 뒤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들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 당장 생활이 어렵더라도 아들에게 지금이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뭐라도 하면 되지’라는 마음을 갖고 영원이에게 올인하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영원이를 볼 때마다 당구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졌어요. 지금도 그런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인터뷰 말미에 아들이 단순히 타고난 재능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남들은 영원이를 천재라고 부르는데 결코 천재 아닙니다. 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합니다. 다른 어린 친구들에게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