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남녀 갈등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 시도로 갈등이 표면화됐지만 사태의 본질은 학교 측의 소통 부재에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단순한 남녀 갈등 프레임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봐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학사 측의 고질적인 일방적 행동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동덕여대 측이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학생과 학교 간 대립이 불거졌다. 학교 측은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학교 발전계획안 '비전 204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고 이후 발전된 내용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안감에 휩싸인 동덕여대 학생 200여명은 10일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학교 본관을 포함한 모든 건물을 학생들이 점거했다. 강의실 폐쇄로 진행되지 못하는 수업은 실시간 화상으로 이뤄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페미니스트의 과격한 행동으로 보는 비판 글이 나와 남녀 갈등에 불이 붙었다.
이에 동덕여대 측은 12일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 소통은 필요한 절차"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해 학내에서 발생한 폭력 및 본관 점거 사태에 유감을 표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가 최근 몇 년 동안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을 들며 학교 측의 입장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교가 학생들과 합의하지 않고 통보 형식으로 일을 진행한 전적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도 현재 학교가 통보 형식으로 동덕여대를 공학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초기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동덕여대 재학생 A 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학교가 독단적으로 행동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학교의 공학 전환도 독단적으로 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학교의 독단 행동을 막고자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총장과 이사장에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 내부에서도 남녀 갈등 프레임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본질을 알아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시위 참여 재학생들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전임교수 부족 문제', '일반적인 학과 통폐합'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학교 측에 개선을 요구했다.
전날 동덕여대 본관 앞에는 학생들이 벗어둔 학교 점퍼 수백 점이 놓여 있었으며 100주년 기념관 건물 앞에는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등이 적힌 40여 개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었다. 건물 외벽과 바닥 곳곳에도 페인트로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등의 항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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