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대선 경선기간 중 당 소속 의원의 배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이 1심 유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벌금 150만 원으로 양형됐다.
수원지법 형사13부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김 씨는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둔 2021년 8월,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등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 이재명이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이재명의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모 씨와 모임을 하면서 식사비를 결제하는 등 기부행위를 했고 당시 공무원인 배모 씨를 통해 기부행위가 이뤄졌다"며 "범행경위와 수단, 방법에 비추어 보면 선거의 공정성·투명성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문제의 식사 모임은 신모 씨가 전 국회의장 배우자들을 소개해주는 자리였고 배모 씨의 결제로 인해 참석자와 원만한 식사가 이뤄질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이익이 되는 행위였다"고 성격을 규정했다.
즉 실제로 결제를 한 것은 김 씨가 아니라 경기도청 직원이었던 배모 씨였지만, 법원은 "피고인과 배모 씨 사이에 공범관계가 인정된다"며 "배 씨의 행위(내용)와 기간을 보면 자신의 독자적 이익을 위해 행동했을 것 같지 않고, 피고인의 묵인 또는 용인 아래 기부행위를 한 것이고 피고인과 순차적으로 암묵적 의사 결합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이른바 공모관계에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간접사실이나 정황, 경험칙적 증거로 공무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배모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
다만 법원은 "제공된 이익이 경미(약 10만 원가량)하고, 직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는다"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감안했다.
김 씨가 유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벌금 150만 원이라는 판결은 대선에서 낙선한 이 대표의 지위는 물론 선거자금 반환 등의 효과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공직선거법 265조는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 직계손비속·배우자가 매수·이해유도·기부행위죄를 범함으로 인해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 벌금형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선거구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면서도 대통령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는 이 조항의 예외로 두고 있다. 즉 대선후보는 본인이 아닌 선거사무장·가족 등의 죄로는 당선무효가 되지 않고, 이를 전제로 한 보전 선거비용 반환 등도 성립되지 않는다.
김 씨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으니 아예 해당이 없지만, 설사 벌금 300만 원이 나왔더라도 대선비용 반환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이재명 "항소하겠다"…재판 앞두고 SNS엔 "혜경아 사랑한다", "죽고싶을만큼 미안"
이 대표는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아쉽다"며 "항소해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김 씨의 선고심을 앞두고 SNS에 쓴 글에서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내는 희생 제물이 됐다",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회술레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혜경아 사랑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가난한 청년 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1990년 8월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김 씨를 묘사하며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줄게"라고 부부 간의 정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김 씨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며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하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고 남편으로서 본인의 괴로운 심경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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