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역풍 고려아연, 한표 중요한 시기에 사면초가 빠지나

유증 역풍 고려아연, 한표 중요한 시기에 사면초가 빠지나

한스경제 2024-11-14 14:43: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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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그동안 적대적 M&A, 국가기간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주주와 국민,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어왔지만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로 급속도로 지지세가 줄고 있는 모습이다. /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그동안 적대적 M&A, 국가기간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주주와 국민,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어왔지만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로 급속도로 지지세가 줄고 있는 모습이다. / 고려아연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이던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유상증자 문제로 수세에 몰렸다. 그동안 적대적 M&A(인수합병) 항거, 국가기간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주주와 국민,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의 후원을 받아왔지만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로 급속도로 지지세가 줄고 있는 모습이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고려아연 측은 12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상증자 혼란에 대해 사과했고, 13일에는 최윤범 회장이 직접 나서 잘못을 인정하며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는 독립적이고 다양한 주주기반을 강화하고자 했던 의도였지만 절박한 상황 속에서 기존 주주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가장 뼈아팠다. ‘자금 조달을 위해 주주가 부담하게 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유상증자가 경영진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인상을 심어 반발이 이어졌다.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후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중요한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개매수 신고서에서는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지만, 유상증자 자체가 재무구조의 변화를 초래하기에 이는 자본시장법 제178조에 따른 ‘중요 사항에 대한 허위 기재’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칼을 빼 들었다. 고려아연이 내부적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세우고 있으면서도 이를 공개매수 진행 당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부정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서로 연관성이 커 이러한 행위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면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이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대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면, 이는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철회했다고 해서 조사나 그 강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유상증자 절차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증권사들에 대한 조사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그동안 적대적 M&A, 국가기간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주주와 국민,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어왔지만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로 급속도로 지지세가 줄고 있는 모습이다. /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그동안 적대적 M&A, 국가기간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주주와 국민, 나아가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어왔지만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로 급속도로 지지세가 줄고 있는 모습이다. / 고려아연

현재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최근 장내에서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취득하며 총 지분율을 39.83%로 확대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우호 세력을 포함해도 3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우군으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0.8%를 전량 매각하며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더 감소했다. 이로써 영풍·MBK 측과 최 회장 측 사이의 지분 격차는 5%p 이상으로 벌어졌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1표가 더 간절해 진 상황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주주총회를 대비해 새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의 지지를 어떻게 얻어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과 기타 주주들의 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MBK 측은 임시 주주총회를 빠르게 소집해 표 대결을 벌일 계획이어서 최 회장은 부족한 시간에 최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주주친화정책을 직접 발표하며 주주들의 마음 얻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우선 사외이사가 의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도록 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향후 주주총회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소액주주 의견도 반영할 것이란 계획도 발표했다. 최 회장은 소액주주가 이사회 구성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인 소수주주다수결제도(MOM)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기 위해 분기 배당도 추진한다. 다만 고려아연 측의 이러한 주주친화정책이 경영권 방어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이미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신뢰회복을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논란은 단순한 자금 확보의 문제를 넘어 회사의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시장신뢰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사례로 남게 됐다”며 “경영권 문제와 관련된 불명확성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저해할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향후 더 나은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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