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시스템이 잘 안되는데 고객 대응도 엉망이고, 알고 보니 자사 할부가 아니라 캐피탈 거래였던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AS 한답시고 구형 태블릿 모델에 중고를 갖다 줬고요. 테이블오더 피해 본 자영업자 구제한다는 광고에 믿고 거래했는데…”
국내 20만대의 테이블오더 시스템을 공급한 업계 1위 기업 ‘티오더’가 소비자와 분쟁 중이다. 소비자는 캐피탈 업체와의 계약 내용, 리퍼(중고품) 제공 등에 대해 티오더 측의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으며, 기계가 여러 대 먹통이 됐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정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티오더 측은 캐피탈사와의 거래는 렌탈업계에서도 흔히 진행하는 내용이고, 분쟁 건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14일 투데이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티오더 권성택 대표는 현재 사문서 위조죄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 내용은 티오더 측이 고객에게 할부 임대차 계약으로 구두 안내한 후 실제로는 할부 매매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고소장 내용은 명료하지만, 서울에서 식당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가 주장하는 피해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분쟁의 시작은 테이블오더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됐다. 지난 3월 15일 첫 계약을 진행하고 18일 설치가 완료돼 일손을 덜 것으로 기대했지만 나흘 만인 22일에 부분부분 결제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몇 시간 만에 회신이 오는 등 고객센터와의 소통이 어려운 상태로 4월 8일까지도 껐다 켜서 사용하는 기간이 이어졌다. 재부팅해 사용했지만 4월 12일에는 결제 불능 메시지(리더기 연결 확인)가 떴다”며 “6일 만인 18일에 1차 AS가 진행됐다. 테이블 5대의 케이블과 카드리더기를 교체했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지속됐다. 5월 7일에는 전체 테이블의 카드리더기와 케이블이 교체되는 2차 AS, 태블릿 초기화와 함께 무선공유기 펌웨어 업데이트라는 3차 AS가 이뤄졌지만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야 A씨는 업체로부터 인터넷이 1기가 기업용이 아니라서 생기는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5월 14일, 4차 AS과정에서 인터넷이 1기가 기업용이 아니라서 생기는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당초 티오더 영업사원에게 500메가로도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은 바 있다”며 “티오더는 케이블과 카드 리더기 교체, 공유기 추가 등의 조치에도 근본적 해결을 해주지 못했고, 종국에는 가게 인터넷 문제라서 당사 기계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고 강조했다.
기업용 인터넷 설치를 거부하자 티오더 측은 태블릿 기계 교체를 제안했다. 5월 23일 5차 AS로 태블릿 PC 5대가 교체됐지만 시스템 오류는 여전히 지속됐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27일 태블릿 PC오류가 생겨 더 이상은 어렵겠다 싶어 31일까지 최종 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지 요구는 2주일 넘게 묵살됐다”며 “결국 6월 13일에는 한국공정거래위원회와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티오더는 이조차 거부했다”고 말했다.
시스템 오류·캐피탈사 거래·중고품 제공까지…공정위 조정 거부하며 “해지 안 돼”
A씨는 이후 그간 몰랐던 사실 두 가지를 알게 됐다는 주장이다. 본인이 한 계약이 캐피탈사를 낀 거래라는 점과 업체가 AS 일환으로 교체해 준 태블릿이 신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A씨는 “제품을 자진 철거하는 도중에 알게 된 사실은 교체해 준 태블릿 PC가 티오더 로고가 다른 구 버전 중고 제품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수년간 납입금을 내면 제품을 제공한다고 홍보해놓고 중고를 제공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며 “테이블 오더사 중 피해자 구제 사업을 하고 있고 유명 배우 남궁민이 모델이었기에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속았다”고 말했다.
이어 “캐피탈사와 거래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설명 들은 바가 없고 긴 전화통화 끝에 전자서명으로 완료돼 있었다. 티오더와 하는 계약서에는 자필 서명이 있지만 캐피탈사와 한 거래는 전자서명인 점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이런 캐피탈사와의 거래를 빌미 삼아 티오더는 책임 회피 중이다. 물품대금 및 채권은 캐피탈사에 양도됐기에 제품 소유권도 캐피탈사에 있어 해지를 해 줄 수 없다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티오더 측에서 제품을 즉각 해지하고 손해 비용을 배상하겠다는 긍정적인 회신이 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비밀유지조항에 위약벌 1억원이 따라붙었다. 이는 그간 자영업자 카페에 업로드해 왔던 게시글에 대한 입막음이라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어 카페에 어려운 상황에 대해 올렸다. 그런데 서비스 불량과 거짓말로 피해 겪는 피해자에게 1억원의 손해 보상 조항을 달며 해지해줄 테니 입 닫으라고 압박했다”며 “무엇보다 분명 구두로 ‘할부 임대차 계약서’로 안내하고서 ‘할부 매매 계약서’에 동의하게 한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사문서를 위조한 행위에 해당하기에 형사 고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의 비밀유지조항 계약과 위약벌 조항의 경우 자유로운 합의 내용이다. 다만 시의적절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백세희 변호사는 “계약 자유의 원칙에 의해 합의 내용은 자유롭게 설정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청구하는 위약금, 또는 위약벌 금액이 과다할 경우 법원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 또 무경험, 궁박 등 처한 상황이 지나치게 불공정한 경우에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렌탈 업계 관계자는 “통상 비밀유지조항에 달린 위약벌 조항 금액 그대로를 청구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명시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확약의 개념인데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방어적 행태를 보이고 이를 문서화한 것이 시의적절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티오더의 캐피탈사와의 거래, 리퍼 제품 제공의 경우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당 행위들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티오더 측은 “현재 대부분의 테이블오더 뿐 아닌 모든 렌탈 제품 업계에서는 캐피탈사에 팩토링(채권양수도)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렌탈이든 구매든 고객에게 오랜기간 대금을 나누어 받는 구조상, 하드웨어를 구매해 고객에게 공급하기 위한 자금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감시를 받는 금융회사인 만큼 캐피탈사를 통해 고객이 더욱 두터운 보호를 받을 수는 있으나 고객의 권리에 어떤 부정 요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렌탈 제품 업계에서 캐피탈사에 채권양수도를 진행한다는 설명과는 달리 대형 렌탈 기업의 경우 캐피탈과의 거래가 아닌 자사와 직접 거래를 하고 있다. 일정 기간 이상 연체를 하는 상황에만 신용정보기관에 채권추심을 양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동종 업계에서는 캐피탈사와의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소구점이 될 정도로 캐피탈사와의 거래는 피하고 싶은 거래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타업계 대비 높은 이율과 신용도 악영향에 대한 우려 등은 기피 요인으로 작용한다.
리퍼 제품 제공 또한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중고품을 지급할 수도 있지만 고객 안내가 반드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 티오더 측은 “당사는 하드웨어의 경우 별도 제조사를 통해 구매하여 제공하는 것이므로 기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당사가 제조사에 연락하여 교체 받으실 수 있게끔 하고 있다”며 “새 제품 또는 중고 제품(리퍼)인지는 당사가 동행하지 않아 모른다. 그러나 사유에 따라 제조사에서 별도 AS 정책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제조사는 하드웨어 오류 발생 시 3년간 무상으로 계속 교체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AS는 제조사에, 대금 청구는 캐피탈사에 각각 미루는 모습으로 간주될 수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소비자는 계약한 업체인 티오더를 각각의 다른 업체로 인식하지 않는 만큼, 좀 더 책임 있는 대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하면 그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 기계 처리하는 곳 따로, 돈 청구하는 곳 따로라는 예상을 하기는 힘들기에 이는 면피성 대응으로 보인다”며 “고객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의 경우 혼선이 없도록 사전에 확실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티오더 측은 해당 제보자가 수없는 민원으로 폭언을 했으며 당사 귀책 사유에 대해 어떤 판단도 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티오더 관계자는 “당사 모든 절차는 원칙대로 진행됐다. 해당 제보자는 당사와의 계약 해지 및 금원 반환에 대한 합의 결렬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 신청, 소비자보호원에 신고, 형사고소했지만 모두 종결 또는 보류 중이며 특히 형사 고소건은 관련 수사관으로부터 성립 불가능한 건이라고 안내받는 등 당사 귀책사유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받은 적 없다”며 “또 제보자는 당사 뿐 아니라 캐피탈사 여러팀에 전화해 30분에서 1시간 이상씩 폭언을 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해당 고객 대응이 불가하다는 요청을 받아 캐피탈사로부터 다시 채권을 매수해와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별도로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는 해당 기업의 고객 대응 지적과 함께 소비자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고지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소비자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기업의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다 공정위 조정을 거부 하는 등 분쟁 요소가 있어 보인다”며 “소비자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와 리스크가 있는 캐피탈사와의 거래 등에 대해서는 고지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기간 납부 후 제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한 후, 정작 AS 시 제조사가 중고 제품을 제공했는데도 이를 면피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은 고객 불만을 계기로 삼아 업무 시스템 보완에 나서야 하는데 이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불완전 판매 등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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