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사라져 포근한 날씨…섬마을 수험생들은 일찍 육지로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김혜인 기자 = "시험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네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4일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
동이 트기 전부터 고사장에 도착하기 시작한 수험생들은 "잘 보고 와", "힘내" 등 함께 집을 나섰던 부모들의 격려를 받으며 속속 시험실로 향했다.
길게 늘어진 차량 행렬 탓에 고사장 입구에 차를 세울 수 없는 부모들은 자녀를 내려준 뒤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배웅하기도 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아들을 둔 김환란(52·여) 씨는 "스스로 목표와 진로를 개척한 대견한 아들에게 오늘은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광주 북구 국제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 입구에도 수험생을 태우고 온 차량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수험생 부모들은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교문 앞에서 안아주거나, 걸어가는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고사장 안으로 들어간 아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는데도, 혹시나 빠트린 물건을 찾으라 다시 나오지는 않을까 한참을 그 자리에서 서성이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수험생 딸을 배웅나온 신모(51) 씨는 "혹시나 긴장한 탓에 체하지 않을까 싶어 점심으로 샐러드를 싸줬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까지 노력한 만큼 결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험생을 괴롭혀왔던 한파가 사라지고 날씨가 포근하면서, 학생들의 손에는 카디건 등 얇은 여벌의 외투가 도시락 등과 함께 들려있었다.
수능 날 아침만의 풍경인 응원전은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졌다.
석산고등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은 '수능 대박', '꽃길만 걷자'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나눠 들고 "선배님들 파이팅"이라는 우렁찬 함성을 외쳤다.
권구찬 석산고 부학생회장(2학년)은 "선배님들이 뜨거운 응원에 힘을 얻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며 "내년에는 우리도 후배들의 응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김대중 전남도교육감도 각각 지역의 고사장 입구를 찾아 따뜻한 격려를 전하며 응원전에 합류했다.
전남에서는 도서 지역 수험생이 선박 편 사정에 따라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가량 일찍 육지로 나와 차분한 휴식을 취한 뒤 고사장으로 향했다.
전남도와 도교육청은 여수, 신안, 완도, 진도 등 도내 4개 시·군의 섬마을 수험생과 인솔교사 등 136명의 숙박비용을 지원했다.
이날 광주에서는 38개 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1만6천846명이 수능에 응시한다.
45개 고사장이 마련된 전남에서는 도서 지역 수험생을 포함해 1만3천941명이 수능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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