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내년 3월 도입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가 여전히 안갯길에 있다. '사고를 편리하게 해주는게 교육인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는 상황에서 해외 선진국의 디지털 기기 제한 기조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행 4개월을 앞두고 AIDT 업체들이 검정 자격에 무더기로 탈락해 AIDT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교육부는 AI 기술이 학생들의 능력과 수준을 분석해 맞춤학습을 지원할 것이라고 보고 지난해 4월부터 교과서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협력해 AIDT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양사가 협력한 AIDT는 이달 내로 검정심사 최종 합격 공고를 거쳐 3개월의 현장적합성 검토에 들어간다. 내년 신학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태블릿을 통해 교육부 웹 클라우드에 있는 AIDT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9월 프랑스가 내년 초중고 전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디지털 심표'를 조치하는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교육에 디지털 기기를 배제하거나 AIDT 도입을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국 교육부가 교육에서 디지털 기기를 배제하는 국제적 추세를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CNEW 방송에 출연한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담당 장관은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곳이며 교사와 소통하며 배움을 쌓아가는 장소여야 한다. 핸드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더 우울하고 덜 움직이고 덜 사고한다”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설립한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도 "디지털 기기가 수면과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 방식, 신체 활동 부족, 과체중과 비만, 시각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해 위원회의 명확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국 교육부는 AI 시대에 맞춰 AIDT 도입은 '정해진 일'이라고 전한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12일 "세계 흐름이 디지털 기기, 소프트웨어를 학교에서 많이 활용하는 쪽으로 가는 건 틀림없다. 독일, 미국 내 몇 개 주가 AIDT를 시행하고 있다. AIDT는 그동안 뒤쳐져 있던 한국이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 체제를 구축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7월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해외에서도 AIDT 사업을 추진하는게 맞나. 핀란드는 초중학교에서 종이책이나 연필노트를 다시 사용하고 캐나다는 초등 3학년부터 필기책 쓰기 수업을 필수교육과정에 도입했다. 네덜란드도 교실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한다"라고 반박했다.
초등 현직 교사라는 한 누리꾼은 "AIDT가 교사를 대체하는 건 교육의 비인간화다"라며 "AI가 기능은 많겠지만, 학교교육이 효율성만으로 이루어져선 안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은 공부와 놀이의 경계를 흐릴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 간 상호작용도 해쳐 학습을 단조롭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AIDT가 학생들의 '인간적 성장'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개발사들의 입장도 난처하다. AIDT를 만드는 기간이 넉넉치 않았던 까닭에 AIDT 검정에서 발행사들의 무더기 탈락이 발생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초등 수학 AIDT는 12종이 출원해 3종만 1차 검정을 통과했다. 정보교과 역시 중학교는 15% 고등학교는 20%의 합격률로 대다수 발행사의 AIDT가 탈락했다.
사업 투자 비용이 상당했던 까닭에 검정에 참여한 업체들은 패닉에 빠진 상태다. 29일 AIDT 최종 합격까지 AIDT 개발 업체들이 제기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검정에 탈락한 기업들은 내년 AIDT 심사 동안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애초 개발사들은 AIDT를 만드는 기간이 넉넉치 않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종이 교과서를 만들던 기업들은 AI 기술을 위해 플랫폼 업체에 기술을 의뢰 중인 상태인데, AIDT가 국내 처음 도입된 탓에 초반 서비스 기획 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 기업들이 실무에 투입되더라도 AIDT로 전환되는 과목이 수학·영어·정보 등 일부뿐이고 나머지는 종이 교과서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 전문인력도 분산된 상태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IT 전문가들이 플랫폼을 기획하고 만들어도 교과 전문가들이 결과물을 봤을 때 교육학적으로 미흡한 점들이 발견되며 우여곡절이 있었다. 교육부에서 새로 요청하는 웹 접근성이나 보안인증 등 조건을 지키며 기간 내에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덧붙여 "지난해 매칭데이에 나온 AI 업체들이 현재는 별로 살아있지 않다. 퍼포먼스가 미흡하니 교체가 많이 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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