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푯값 세 번이나 올랐다” 영화 관람료 갑론을박 끊임없는 이유

“푯값 세 번이나 올랐다” 영화 관람료 갑론을박 끊임없는 이유

이데일리 2024-11-14 06:00:00 신고

3줄요약
서울 시내 영화관 전경. (사진=뉴스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극장 값 많이 올랐잖아요, 좀 내리세요. 갑자기 확 올리시면 나라도 안 가요.”

지난 8월 17일 MBC의 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이 최근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를 묻자 답변한 대목이다. 당시 최민식의 소신 발언은 영화계 안팎에 영화관 관람료 인하의 필요성을 둘러싼 뜨거운 갑론을박을 낳았다.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작·배급사들은 극장들이 영화관 관람료를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나 인상했지만 실제 제작사와 배급사가 극장과 수익을 분배하는 기준이 되는 객단가(할인 등을 다 종합해 관객이 실제 지불한 티켓의 평균 발권가격)는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관람료를 둘러싼 극장, 제작·배급사, 관객 간 동상이몽이 수익 배분 구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객단가를 둘러싼 수익 배분 갈등은 과거에도 논란이 된 이슈이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고 영화계가 생존을 도모하기 점점 어려워지며 최근 불이 붙었다”라며 “관람료 인하, 정산 투명화에 관한 문제 제기와 논쟁 모두 당장 위기를 해결하려 서로가 다투는 밥그릇 싸움이 아닌, 극장의 경기를 되살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장기적 대안 마련의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韓영화값, G20 중 9위…세차례 인상에도 객단가는 뚝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는 2019년 주말 기준 1만 2000원이었던 영화관 관람료를 팬데믹 기간 △1만 3000원(2020년) △1만 4000원(2021년) △1만 5000원(2022년) 총 세 차례 인상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인상 폭이 유독 높다는 지적이다.

세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영화관 관람료는 높은 편에 속했다. 전 세계 물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 넘베오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영화 한 편 관람료(1만 5000원, 11.28달러)는 세계 96개국 중 27위로 비교적 상위권을 기록했다. G20에 가입된 19개국 중에서는 9위를 기록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수준을 반영해 금액을 비교하면 관람료 수준은 더 높아진다. 1인당 GDP 대비 관람료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0.034%로 △미국(0.017%) △캐나다(0.022%) △호주(0.023%) △스위스(0.024%) △영국(0.027%) 등 주요 선진국들을 훨씬 앞선다.

멀티플렉스 3사가 소속된 한국상영관발전협회 측은 “팬데믹 이후 물가와 인건비, 임대료 등이 다 상승해 관람료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산업 역시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60%)밖에 회복하지 못했고,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 손익분기점조차 못 넘기는 영화들이 여전히 많지만, 영화 제작단가는 올랐기에 현재로서 관람료를 다시 인하하기 사실상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관람료는 올랐지만, 실제 관객이 지불하는 객단가는 오히려 낮아졌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통신사·카드사 제휴 등 할인 혜택을 받을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객단가는 전체 관람료 매출을 전체 관객 수로 나눈 금액을 의미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객단가는 9768원을 기록했다. 주말 기준 일반 관람료(1만 5000원)보다 30% 이상 낮은 금액이다. 일반 관람료와 객단가의 격차는 매년 커지는 추세다. 2019년 주말 관람료 1만 2000원 기준 객단가는 8444원으로 3500원 정도 차이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 들어 그 격차가 5300원 가까이 벌어졌다.

제작·배급사들은 관람료가 인상된 만큼 객단가는 오르지 않아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수익이 늘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프로듀서, 배급사 등 16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영화인연대는 지난 7월 불공정 정산 문제를 제기하며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멀티플렉스 3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마무리한 후, 각 사에 제출받은 자료들을 분석 작업 중이다.

지난 6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CGV 본사 앞에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티켓값 담합 및 폭리 혐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역 공개하라”vs“영업비밀” 극명한 입장차

영화계 매출 정산은 객단가를 기준으로 부가세와 영화발전기금(2025년 폐지 예정)을 제한 뒤, 남은 액수를 극장 45~50%, 배급·제작·투자사가 50~55%를 나눠 갖는 구조다. 영화인연대는 관람료 인상 후 할인 혜택이 많아졌지만, 영화관들이 제휴 할인에 따른 정산 내역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신사·카드사 등 제휴사들로부터 영화관들이 보전받은 금액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하영 한국프로듀서조합(PGK) 운영위원은 “영화관이 배급사들에 제공하는 부금계산서엔 할인 제휴사들이 영화관에 지급하는 보전금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 할인이 이뤄지고, 할인에 따라 극장이 받은 보전금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내역 공개를 요청했지만 영화관 측은 제휴사와 거래 조건이 영업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할인 관련 보상의 주체와 내역을 명시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해 강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인연대의 주장에 “할인에 따라 보전받는 금액도 현재 공정히 정산해 배분하고 있다. 영화관으로선 제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반박으로 맞섰다.

오히려 내역을 공개하면 제작사, 배급사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영화관 측 주장이다. 상영관발전협회 측 관계자는 “영화관과 모든 통신사 간 계약 사항이 전부 공개됐을 땐 가장 낮은 관람료를 책정해 할인 계약을 맺은 회사의 계약이 업계의 기준이 되어버릴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객단가는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실제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헌혈 기념 영화관람권을 영화관 측에 공개입찰하는 과정에서 할인 적용 내역을 전부 공해 관람료가 4500원까지 떨어진 사례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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