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소설'블러핑'39] 팔과 다리 한 쪽씩 잃은 OSS 스미스 대위와 역사적 인연

[팩션소설'블러핑'39] 팔과 다리 한 쪽씩 잃은 OSS 스미스 대위와 역사적 인연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4-11-14 03:45:00 신고

3줄요약
삽화=윌리엄
삽화=윌리엄

“알겠습니다! 자네들은 문을 모두 열어 수용자들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신속하게 트럭에 태우게.”

옆에 있던 일본 병사도 같이 움직였다. 2대의 트럭에 나누어 탄 수용자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몸을 숨겼다. 정문 검문소 앞에 선 트럭에서 내린 김기동은 웃으며 검문소 초병에게 빵과 술을 건넨다.

“선물이요!”

“뭘 이런 걸. 허허”

“위에서 내일 특식을 준비하라고 해서 다시 한번 식품을 구하러 나가야 합니다. 오늘 산 것 중에 바꿀 것도 있고…”

“웬 특식? 우리도 주는 건가?”

“당연하지요! 전 부대원에게 특식을 배급하라고 하는데요.”

“오! 기대되네. 빨리 갔다 오게!”

김기동의 기지로 이들 42명은 1945년 8월 13일 731부대를 가까스로 탈출하였다.

다 음 날인 8월 14일, 남아있던 수용자들은 모두 학살되었다. 개성에 도착하자마자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해방이다. 개성의 상단 본부에 귀한 손님들이 도착했다. 30명이 넘는 대식구였다. 구정순 대방은 반갑게 손님들을 환영했다.

“어서들 오시게! 정말 고생 많았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방 어른!”

“아니야. 장 장군을 헌병대에서 빼냈어야 했는데 우리가 한발 늦었어.”

같이 온 일행을 장 장군이 구 대방에게 소개한다.

“이 친구는 일본 병사인데 일본으로 보내준다고 하는데도 여기에 남겠다고 합니 다.”

 “왜 너희 나라로 가지 않고 한국에 남으려고 하지?”

“죽어도 여기에 남겠습니다. 저희를 거두어 주십시오. 제발!”

“정 남는다면 할 수 없지. 김창식 부대장이 훈련시켜서 적당한 곳에 배치하는 게 어떻겠나?”

삽화=윌리엄
삽화=윌리엄

 

김창식 부대장은 구 대방의 의중을 알고 흔쾌히 대답했다.

“이쪽은 미국인 스미스인데 미 육군 전략사무처(OSS)의 요원이라 합니다. 나중에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하얼빈에 남겨진 중국인 12명을 제외한 30명과 일본인 병사를 합치면 모두 34명이 송상의 새 식구가 되었다. 해방과 함께 새 식구들을 품은 송상은 새로운 희망을 향해 다시 조직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장 장군은 구 대방의 집무실에서 짐 스미스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방 어른! 스미스는 OSS 대위로 중국 내 항일 게릴라 조직을 지원하다가 일본 헌병에 체포되었고, 생체 실험으로 왼쪽 발과 오른쪽 팔을 잃었습니다.”

“외국인이 고생이 많았구먼. 안되었어...”

“스미스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에 남아 우리의 정보 요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스미스는 중국어는 능통하고 한국어도 조금은 합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장 장군의 뜻이 그렇다면 나야 대환영이지! 스미스는 일단 건강을 찾게 하고 교관으로 써보도록 하세.”

 스미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국말과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미스는 자신을 구해준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정보 기술을 아낌없이 전달하려고 애를 썼 다. 스미스는 CIA의 전신인 OSS 정예 요원으로 선진 정보 기술과 게릴라 작전에 능통하였다. 

짐 스미스는 OSS 처장인 육군 소장 빌 스미스의 막냇동생이었다. 동생이 살아있다 는 연락을 받은 빌 스미스는 군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왔다. 개성에 도착한 빌 스미스는 동생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팔다리를 잃고 목발을 짚은 동생이 눈앞에 있다. 형은 동생을 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어떻게 내 동생에게 이런 짓을! 이 나쁜 놈들!”

“형! 난 이제 괜찮아.”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자!”

“아니야! 난 돌아가지 않아. 여기서 내가 할 일이 있어.”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한단 말이야? 그 몸으로!”

“나는 일본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이쪽 사람들과 같이 끝까지 전범들을 추적 해서 모조리 죽일 거야.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치며 죽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어!”

증오에 찬 동생의 얼굴을 본 빌 스미스는 동생을 말릴 수가 없었다. 동생을 이렇게 잔인하게 불구로 만든 일본 놈들을 자신이 찾아내어 복수하기로 속으로 다짐했다. 빌 스미스는 구정순 대방에게 동생을 부탁하고 돌아서는데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가 영어로 인사를 한다.

“Nice to see you, sir. My name is Young Suk Lim.”

“Nice to meet you too.”

스미스가 형에게 구 대방의 외동딸이라고 소개한다. 이 인연이 훗날 영숙과 한국의 정치사에 얼마나 큰 행운이 되는지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15살 영숙은 미국 사람이 마냥 신기했고, 짐 스미스가 개성에 올 때부터 졸졸 따라 다니면서 영어를 배웠다.

[팩션소설'블러핑'40]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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