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국민의힘이 오는 14일 세 번째 본회의 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사 대상을 축소한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공천개입 의혹이 포함될 경우 적폐청산2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윤계인 여당의 한 의원은 특검법 반대 이유로 ‘적폐청산2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김 여사가 미워 죽겠다는 것은 의원들 대부분 공감하지만 공천개입 의혹이 수사대상에 들어가는 특검법은 받을 수가 없다”며 “공천 관련 여당의 과거 자료들부터 당시 당 지도부인 한 대표를 포함해 공천받은 사람들 약 300명을 압수수색하는 게 가능하게 된다. 이것은 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예 한쪽 진영을 정치적으로 적폐청산2가 돼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천개입 의혹을 빼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창원산단 의혹 정도로 수사 대상을 축소하면 그때는 국민의힘이 반대할 명분이 궁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수정안은 구체적으로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국민의힘 내부 분열을 야기하려는 이반책”이라고 봤다.
친한계 이양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특검을 이렇게 하려는 이유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민주당의 위기를 다른 쪽으로 돌려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천개입 의혹이 들어간 특검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여사의 여러 의혹 중 제일 엄중한 것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개입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 아닌가”라며 “대통령께서 명예를 위해서도 제대로 사실이 밝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하는 특검이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얘기했던 대로 문안이 나왔는지와 정치적 의도가 없이 정말 순수하게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하자는 것인지를 놓고 14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김 여사 문제는 국민들과 특히 국회의 판단에 맡겨두고 이제는 민생 등 진짜 대통령이 할 일 그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원들이 자기 양심껏, 소신에 따라서 특검에 대해서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 관련 의혹”이라며 “특별검사 추천 방식은 대법원장이 4명 추천하면 야당이 2명으로 추리고 대통령이 한 명을 최종 추천하는 ‘421방식’으로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수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오는 28일 재표결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를 얻어 통과시킬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석열-한동훈 면담 이후에 국민의힘 몇몇 의원들이 저한테 와서 ‘이거 너무한 것 아니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저한테 했다”며 “명태균 녹취파일이 계속 나오면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어서 재표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여당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만나서 얘기 들어보면 ‘특검으로 넘어가줘야 정국이 풀린다’는 것을 아는데 눈치를 본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번에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평론가들은 여당이 야당의 특검법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 대표가 향후 자체 특검법안을 낼 수 있다고도 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검이 통과되면 국민의힘 전체를 다 털어버리고 당 대표실부터 압수수색할 텐데 여당이 받을 수가 없다”며 “명태균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모든 수사기관이 수사 역량을 퍼부었음에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제한적으로 하는 거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위해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거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하고 완전히 결별 선언할 때 차별화 카드로 ‘한동훈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거다. 그 기회를 민주당에 뺏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당 사무실 압수수색’을 우려하는 여당의 목소리에 대해선 “한 대표는 명태균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다.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을 수 있는 이유”라며 한 대표에게는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반대 이유에 대해선 “야당에서는 꼬리 자르기하고 끝낼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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