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 한시적 규제 완화 조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채권·단기자금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등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는 올해와 같은 37조6000억원으로 유지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관계 기관, 학계·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 대선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점검하고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 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는 PF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총 11건의 한시적 규제 완화 조치를 운영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 및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감안해 해당 조치들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상화 시기 등은 내년 상반기 중 제반 여건을 고려해 판단하기로 했다.
회의 참석자들도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의 일관된 추진으로 PF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으나 건설·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지역·용도별 양극화 등의 위험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PF 연착륙을 위한 지원 조치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충당금 적립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있으며 부동산 PF 재구조화·정리 과정에서 제2금융권의 건전성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자본금 확충도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이 확고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권이 책임 있는 주체로서 신속한 부실 정리 등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연착륙 과정에서 공공 부문의 역할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과 협의해 신속히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시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운영 중인 시장 안정 프로그램은 내년에도 기존 규모를 유지한다. 정부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내년에도 채권 시장 및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최대 37조6000억원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최대 20조원 ▲정책금융기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최대 10조원 ▲신용보증기금 P-CBO 프로그램 최대 2조8000억원 ▲금융투자업계 공동 PF-ABCP 매입 프로그램 최대 1조8000억원 ▲한국증권금융 증권사 유동성 지원 최대 3조원 등이다.
PF 연착륙을 위해 정부·관계기관(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기금, 건설공제조합)·금융업권 등이 운영 중인 최대 53조7000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도 차질 없이 운영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여 시장 안전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확고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주요국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중동 등의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될 가능성, 국내 주력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와 국내 성장률 조정 가능성, 현재 진행 중인 PF 재구조화·정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이 여러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관계 기관들과 함께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장 안정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 대선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감세와 규제완화, 보호무역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와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고,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결정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만큼 중장기적인 금융시장 여건은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불확실성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 부위원장은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가계부채,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 등 위험요인으로 지목돼 온 문제들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신용 경색 등 심각한 금융 불안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른바 ‘트럼프트레이드’의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관계 기관들과 함께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각심을 가지고 엄중히 바라보고 있으며 시장 불안 확산시 시장 안정을 위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우리 증시가 대외 여건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관계기관, 금융투자업계와 함께 현재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 더해 우리 증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글로벌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완화됐으나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라며 “해외 이슈의 발생과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동이 국내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금융권이 이러한 대외적 불확실성에 충분히 대비해달라”고 강조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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