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5과목, 4번의 휴식, 단 하루, 단 한 번의 기회.
수능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인생을 바꾸는 시험이다. 청년들의 대학을 결정하고 미래 직업, 소득, 심지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시험은 한국 학생 대부분의 통과의례며 나라 전체를 일시정지 상태로 만든다.
수능은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다.
BBC는 14일 열리는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만나서, 각자 시험을 이겨낼 전략과 계획을 들어봤다.
'제 하루는 수능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수능 시험은 8시간 동안 진행된다. 과목 사이에 휴식시간 20분과 점심시간 50분이 주어진다. 과목마다 80~107분 동안 진행되므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황현민(19) 학생은 시험을 앞두고 매일 수능 당일과 동일한 식단을 먹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한다. 소화에 문제가 없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이는 수험생 사이에서 흔한 모습이다. 수험생은 수능 당일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
날 음식, 매운 음식, 빵이나 면 같은 밀가루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먹기 좋은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공유한다.
우선, 바나나, 사과 같은 과일이 권장된다. 산성 과일인 귤은 식도 역류를 일으킬 수 있어서 권장되지 않는다. 단백질도 중요하다. 균형 잡힌 수능 도시락 메뉴로는 밥, 구운 생선, 닭가슴살, 야채, 따뜻한 수프 등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수능 일정에 익숙해지기 위해 특정 시간에 자고 깨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한다. “집중하려면 몸이 휴식을 취해야 해요.”
화장실에 다녀와도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사실, 시험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학생은 별로 없다. 시험장에 다시 들어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황현민 학생은 20분 쉬는 시간이 정해진 모의고사를 여러 번 치르면서 화장실 이용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배웠다고 말한다.
재수생 강준희(20) 씨는 올해 수능 준비에 모든 힘을 쏟았다. 시험을 다시 준비하면서 더욱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강 씨는 “지난번 수능을 준비할 때는 최선을 다해 건설적으로 살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이제는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주요 과목 모의고사를 치르는 수능용 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수능 일정과 똑같이” 계획을 짜고 따르는 것이다.
강 씨는 작년 시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 주변에는 재수하는 친구들이 없다. 친구들이 이미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는 만큼, 주변에서 고립되는 점이 힘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수능을 준비하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는 모의고사
수능 수험생에게 모의고사는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전국 단위로 모의고사 3차례 진행된다. 사설 학원에서 추가 모의고사를 치르기도 한다.
강유정 학생은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수능 시간표에 적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오래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모의고사를 몇 번 치르고 나니 집중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너무 긴장하지 말자’는 말을 주문처럼 외운다고 말했다.
홈스쿨링을 하는 강유정 학생을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이런 ‘학원’을 많이 찾는다.
주변 카페 창문에 행운을 비는 문구가 붙어 있다. 카페 안은 막바지 복습에 열중인 학생들로 가득하다.
그는 한국의 다른 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능 준비에 전념하고 있으며, “공부만이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능 결과는 많은 것을 좌우한다. 학생들의 사회적 지위와 타인에게 인식되는 방식을 결정한다. 심지어는 연애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인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판가름기도 한다.
공통 영역은 국어·수학·영어·한국사·탐구(사회·과학·직업) 과목으로 구성된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는 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아랍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이상원 학생은 지구력, 의욕 유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상원 학생은 “아침 일찍 국어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출발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수능이 시작되는 정확한 시간”에 모의고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상원 학생은 “첫 번째 과목을 망쳤다고 생각하면 다음 과목 성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또한, 점심 식사 후에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점심 식사 후에는 듣기 영역이 포함된 영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너무 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19세 청소년의 인생을 바꾸는 하루
입시학원 강사 노종호 씨는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친다. 재수생부터 고득점 수험생,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공부하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노 씨는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라며, “수험생은 수능날에 자신과 자신의 답을 믿어야 한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시험을 앞둔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시험이 시작되는 오전 8시 40분을 하루 중 효율이 가장 높아지는 시간으로 만들도록 권장한다.
수능날에는 모든 국민들이 응원에 나선다. 경찰관, 소방관, 구급차가 이른 아침부터 대기하다가 시험에 늦을 것 같은 수험생들을 안내한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수능날 출근 시간을 늦춘다. 주식시장도 늦게 개장한다.
영어 듣기 시험 시간에는 35분 동안 비행기 운항이 중단된다.
일부 학교는 문을 닫고 시험장으로 사용된다. 어린 학생들이 아침 일찍부터 시험장 밖에서 북을 치며 선배들을 응원하고 격려를 담은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종호 씨는 8시간의 고된 마라톤을 앞두고 체력 유지를 걱정하는 수험생에게 마지막으로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종호 씨는 “항상 학생들에게 걷기를 권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시험 전에 자리에 앉아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걸어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험장 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정신이 맑아질 거예요.”
“특히 영어 시험의 경우 점심을 먹은 다음이라 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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