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기순도 명인, 일본인 대상 전통 장 담그기 교육
"메주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자식을 낳는다"는 말에 일본인들 웃음
(담양=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짚 몇가닥을 오른쪽으로 빼고 차례로 꼬아보세요."
13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기순도 발효학교에서 한껏 탄성이 흘러나왔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코 앞에 둔 '한국 전통 장'을 마스터하기 위해 대한민국 전통식품 기순도 명인(35호·진장)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본인들의 감탄이었다.
이들은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손가락도 빠짐없이 움직이며 열심히 메주를 빚고 있었다.
메주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기 명인의 설명이 통역사의 입을 타고 전해지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어느덧 모양이 갖춰진 메주가 한가득 쌓였고, 기 명인이 유기농 볏짚으로 새끼줄을 꼬아 메주를 묶기 시작하자 일본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뻣뻣한 볏짚을 순식간에 꼬아 메주를 묶어 올린 기 명인을 보며 일본인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탄성을 질렀다.
놀라는 시간도 잠시, 잘 말린 메주를 물로 가볍게 씻어낸 뒤 장독대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했다.
그 위에 맑은 죽염수를 바가지로 떠서 부은 뒤 조심스레 뚜껑을 닫았다.
일본인들은 장독대를 바라보며 깊은 맛이 우러나는 전통 장이 되길 기원했다.
전날부터 한국 전통 장 만들기에 푹 빠진 이들은 모두 한식을 연구하거나 요리하는 일본인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한국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재일교포 우선희(43)씨는 "반년 전에 우연한 기회로 기순도 선생님을 만나 전통 장을 맛보고 한식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가보니 한식의 전통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기 명인이 운영하는 발효학교에는 남녀노소 전통 장을 배우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유명 요리사도 찾아올 정도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전통 장을 배우려 한다는 게 기 명인의 설명이다.
기 명인은 "최근에는 외국에서 한국 전통 장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한국 전통 장을 알아야 한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전통 장 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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