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봉한 한국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개봉 9개월 만에 옆나라 일본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에서 오컬트 장르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이 영화가 항일 코드를 다수 포함하고 있음에도 일본에서 흥행 수익 1억 엔(한화로 약 9억 1천만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 12일 '파묘' 일본 공식 SNS 등에 올라오며 널리 알려졌다.
'파묘'는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이 고액의 의뢰를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면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독특한 오컬트 요소와 신선한 스토리 라인으로 관객들 시선을 사로잡았고, 개봉 3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파묘'의 독특한 점은 영화 전반에 걸쳐 항일 코드를 숨겨놨다는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들 이름이 실제 독립운동가들 이름을 따온 점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화림(김고은)은 3·1 운동과 한인 애국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이화림을, 봉길(이도현 )은 홍커우 공원 의거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윤봉길을, 상덕(최민식)은 2·8 독립선언과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상덕을 모델로 삼았다. 이와 같은 설정을 통해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단순한 허구 인물이 아닌, 항일 역사적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파묘'는 일본에서 개봉하기 전부터 일부 우려 목소리를 낳았다. 영화는 일본 샤머니즘과 괴담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일본 요괴 누레온나를 차용하고, 쇠말뚝설을 통해 외세의 침략에 대한 한국 트라우마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설정들은 일본에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봉 이후 일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예상과 달리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시사회와 개봉 후 관람평에서는"일본 전통 괴담을 현대적 시선으로 해석한 점이 흥미로웠다" "캐릭터 감정선과 배우들의 연기 몰입도가 인상적" 등의 호평이 잇따랐다. 이 영화가 단순히 공포와 스릴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와 독특한 해석을 담은 점이 일본 관객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간 것이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 시나리오를 작업하던 중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며 영화에 항일 메시지를 더할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우리 역사와 민족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며, 외세의 침탈과 부당한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를 담아내려 했다. 특히 일본 요괴와 샤머니즘 요소를 적절히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현대적 이야기를 구성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스토리를 전했다.
'파묘'는 이와 같은 역사적 의미와 오컬트 장르 흥미로운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는 보기 드문 성과를 이루었다. 항일 메시지를 은밀하게 담고 있는 이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오컬트와 사회적 메시지 적절한 결합이 문화와 경계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로 풀이된다.
'파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봉 9개월 만에 일본 현지에서 거둔 성과는 앞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 영화가 향후 더 많은 국가에서 개봉돼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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