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익·건전성 여력’ DB손보도 무·저해지 원칙 모형 고민

[기획] ‘수익·건전성 여력’ DB손보도 무·저해지 원칙 모형 고민

더리브스 2024-11-13 13:53: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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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 기자]
[그래픽=김현지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회사 회계 부풀리기 논란을 야기한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도록 원칙 모형을 제시한 가운데 DB손해보험은 낙관적 가정이 허용된 예외 모형을 따를지 고민 중이다.

당국이 예외 모형에 대한 여지를 허용했으면서도 사실상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후자 선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DB손보는 건전성과 수익성이 탄탄한 편이기에 타격을 상쇄할 여력은 있어 보인다. 


당국,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낮춘 까닭


금융당국은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무·저해지환급형 원칙모형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납입 기간 내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인데 원칙 모형은 해지율을 기존 대비 보수적으로 낮춘 게 특징이다.

다만 원칙 모형을 따르면 보험사들로서는 무·저해지 상품 판매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낮게 잡으면 손해율이 올라 보험료 인상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쳐 배당가능이익까지 줄어들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얼핏 보면 보험 해지율이 높을 경우 수익성이 떨어져 보험사에 부정적일 거라고 이해되기 쉽지만 무·저해지 보험은 특성상 그 반대다. 납입 기간 내 해지 시에는 환급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높다고 가정했던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내 해지시 환급금이 없으니 나중에 발생할 리스크도 없어져 보험사에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당국 가이드대로 해지율을 낮추면 환급금으로 나갈 돈이 생기기에 손해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칙모델과 차이 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당국이 제시한 원칙모델을 따르게 되면 DB손보는 수익성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칙모델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 납입 중 해지율을 완납시점 해지율이 0.1%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따르는데 DB손보는 그간 해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조승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DB손보는 무·저해지 보험에 대해 완납 직전 해까지 높은 수준의 해지율을 유지했다. 30년납 무해지 보험의 경우 해지율은 가입 후 13년차에서 29년차까지 1.9%로 동일하다 30년차에서야 0%로 떨어졌다.

다른 보험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매각을 앞둔 롯데손해보험도 만기 시점에야 해지율을 0%로 맞췄으며 업계 기준이 되고 있는 삼성화재도 20년납 기준 10년차부터 17년차까지 해지율이 매년 0.3-0.4%p 줄어들다가 18년차에야 1.1%p 감소하는 흐름이었다.

올 1분기 보험업계 전체 장기보험 매출 중 무·저해지 보험은 50%가 넘는 비중이다. 대형 손보사 중 50% 비중이 넘는 곳은 삼성화재뿐이지만 원칙모델에 비춰보면 DB손보가 39%로 가장 많은 영향이 예상된다. 현대해상도 타격이 클 후보로 거론되나 비중은 22%로 보다 적다.


중소형사 대비 타격 적을 듯


DB손해보험. [그래픽=김현지 기자] 
DB손해보험. [그래픽=김현지 기자] 

보험사들이 예외모형인 선형-로그 모형을 선택하면 공시에 대한 부담은 따르지만 보험계약마진(CSM) 감소폭을 축소할 수 있고 내년 이후 무·저해지 보험상품 판매에 있어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당국이 사실상 건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원칙모형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보험사들에 부담이다. 당국은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해지율 개선과 관련 “시장에서 해당 사안을 보험권 신뢰회복의 이정표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당장의 실적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당국 눈치에 보험사들이 원칙모형을 따르면 보험료 인상이나 실적 악화 등은 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기에 경쟁에 대한 우려는 낮아진다. DB손보의 경우 200%를 상회하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상반기 1조원 순익 등 건전성·수익성을 갖춘 만큼 중소형사에 비해 부담을 감수할 만한 여력은 없지 않다.

그러나 당국이 예외모형에 대한 채택 가능성도 이미 열어둔 데다 킥스비율에 대해서도 경과조치를 두며 개별사들에 미칠 여파를 감안했던 만큼 DB손보를 포함해 제도 영향을 생보사보다 크게 받는 손보사를 중심으로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DB손보 관계자는 모형 채택에 관한 더리브스 질의에 “원칙모형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외 가능성도 열어뒀다 보니 연착륙시키려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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