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보령(구 보령제약)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7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기존 제약산업과 함께 회사 미래 먹거리인 우주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배정 대상이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승계 작업까지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게 됐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17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납입은 이날 이뤄질 예정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회사 측은 이번 재원을 △공장 및 설비 증설 △전략적 필수 의약품 확보, 공급, 유통 사업 확장 △신사업 투자에 쓴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설자금 500억원, 운영자금 75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 500억원에 조달 비용이 각각 투입된다.
보령은 이번 재원을 공장 및 설비를 증설하고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중심으로 자가 제품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쓸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채산성 등의 문제로 국내 공급이 어려운 항암제 등의 품목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핵심 사업인 LBA 전략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LBA는 다른 제약사의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제품은 지난해 매출 각각 146억원, 226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전략적 필수 의약품을 인수하고 공급 및 유통하는 사업모델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의약품 대량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기반을 다진다.
우주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 인류의 우주 장기 체류에 핵심적인 인프라와 우주 의학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앞서 보령은 지난 2022년 미국 우주산업 스타트업인 엑시엄스페이스에 50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오너 3세 김정균, 그룹 2대 주주 등극
이번 유상증자로 보령의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의 그룹 내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에 배정된 보령파트너스는 김정균 대표가 지분 88%를 보유 중인 곳이다.
앞서 지난 6월 보령파트너스는 지분 69.10%(지난해 말 기준)를 갖고 있는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매각으로 얻은 금액은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금 등을 제외하면 매각 금액 대부분이 이번 유상증자에 투입된 셈이다.
보령파트너스가 보령의 지분 구조에 편입되며 김 대표는 보령의 2대주주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보령의 최대주주는 지분 37.1%를 보유한 보령홀딩스, 2대 주주는 10.4%를 보유한 김 대표 어머니 김은선 회장이다.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809만7207주다. 증자 전 발행 주식은 6869만주로, 증자로 김 대표가 확보하는 보령 지분은 약 20.8%, 여기에 기존 지분을 더하면 김 대표의 보령그룹 지분은 총 21.8%로 확대된다. 보령홀딩스와 김 회장 주식은 각각 29.4%, 8.2%로 줄어든다.
한편 보령은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 재원 확보와 함께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 감소는 없을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추후 소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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