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 간절기 의류 판매 부진 등으로 3분기 실적이 둔화한 백화점 업계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기점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백화점 3사는 지난 1일 일제히 크리스마스 장식을 점등하며 본격적인 연말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고객 집객을 노리며 수익성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3분기 매출 5683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11.0% 감소했다. 롯데백화점도 매출 7553억원으로 0.8% 줄었고, 영업이익은 707억원으로 8.0%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6196억원으로 2.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4.8% 감소했다. 신세계를 제외한 모든 업체는 매출이 감소했고, 3사 전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러한 실적 둔화는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침체로 백화점 방문객이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상 기후로 인해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의류 매출이 부진했던 탓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유통업계 매출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 백화점 여성 정장의 매출은 –9.0% 감소했다. 여성 캐주얼은 –3.4%, 남성 의류 –8.2%, 아동·스포츠 –1.8%로 감소하며 전체적인 패션 상품군 매출이 줄었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화려한 장식과 연출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연말 맞이 정기 세일에 나서며 소비 심리 자극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비롯한 전국 15개 지점에서 ‘움직이는 대극장’ 콘셉트의 서커스 마을 테마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더현대 서울은 크리스마스 장식 기간에 약 50만명이 방문했으며, 평균 체류 시간도 3시간 30분으로 길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년 국내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인증사진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올해도 화려하면서도 이색적인 연출로 고객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크리스마스 테마 연출과 함께 할인 행사를 진행해 고객 유치와 매출 상승을 노리고 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인 오는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15개 백화점 전 점포에서 ‘더 세일’ 행사를 진행한다. 패션, 리빙, 잡화 등 3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60%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세일 기간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와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이와 동시에 연말 시즌을 즐기러 백화점과 아웃렛을 찾는 고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 등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르게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다. 신세계는 ‘크리스마스의 순간들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미디어 파사드를 지난 1일 공개했다. 농구장 3개 크기(1292.3㎡)의 스크린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많은 방문객이 찾았던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된 일대를 ‘신세계스퀘어’라는 공간으로 재단장했다.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신세계스퀘어는 공개 열흘 만에 방문객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방문객 수가 59%가량 늘었다.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순간 최대 인파 기준 총 10만여명의 인파가 명동 본점 인근의 일대를 방문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영상이 재생되는 오후 6시에는 당일 최대 인파인 4만2000여명이 몰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고객 매출액은 작년보다 43.5%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미디어 파사드는 공익적인 목적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본점 매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신세계에서도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올해 마지막 정기 세일을 진행하며 고객몰이에 나선다. 전국 13개 전 점포에서 겨울옷, 연말연시 선물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여성, 남성, 스포츠, 아동 등 5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패딩, 코트 등 겨울옷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롯데백화점도 1일부터 소공동 본점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고 있다. ‘원더풀 쇼타임’을 주제로 2만여개의 LED를 활용한 대규모 쇼를 진행하고 있다. 본점 앞 거리는 ‘씨어터 소공’으로 구성해 네온사인, 쇼윈도 등 1900년대 뮤지컬 극장가의 느낌을 조성했다. 인근에 있는 영플라자에서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에도 유의미한 집객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점등식이 진행된 지난해 11월~12월 본점 저녁 시간대 방문 고객 수는 전월 (9~10월) 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울러, 해당 기간 F&B 매출은 저녁 시간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 방문객이 많은 만큼 업계에서 지속적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집객과 매출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오는 15일부터 1일까지 연중 최대 세일 행사 ‘2024 라스트 세일’을 진행한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 맞춰 남성, 여성, 아웃도어 등 총 6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4분기 매출 상승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사가 크리스마스 외관 장식을 통해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미디어 파사드 등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제공해, 온라인에서 느끼기 어려운 차별화된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선사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매출로 유의미하게 연계된다면 향후에도 이러한 장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는 만큼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단발성 행사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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