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서효림 기자] ‘트럼프 2기’의 등장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변화가 예고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울 정책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벌써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기업들의 긴장도는 더 커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을 살펴 2기를 준비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의 위상이 변해 변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우고 이전 바이든 정부와는 다른 기조를 선언한 트럼프 2.0을 준비하는 기업의 움직임은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444억4000만 달러(약 62조2604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대미 수출의 약 30%를 차지했다. 한국은 미국의 세계 무역적자국 8위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해소하기 위해 출범과 동시에 속도감 있는 일방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각 기업은 공화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인맥찾기에 나서는 한편 미국 내 공장 증설이나 신설로 관세 압박에 대응할 카드를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관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 수입품에 대해 모든 국가에 10% 보편적 관세 부과, 중국산엔 60% 관세 부과 및 중국산 수입 단계적 금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바이든 행정부 정책은 폐기를 시사했다. 미국에서 제조된 자동차와 배터리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IRA에 맞춰 대미 투자를 늘려온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나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기업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트럼프1기 수출쿼터제를 겪었던 철강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대신 3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선택해 관세를 피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강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미-중 관세 갈등은 한국에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친환경보다 효율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기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녹색전환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에너지 정책이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수요 및 수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 운반선 시장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보호무역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감소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경제 정책과 관세 인상 등 무역 장벽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업계는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공약대로 우크라이나 종전시 방산 수요가 당장은 줄어들 수 있지만, 세계 곳곳에 지정학적 리스크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가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각 국은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방위비를 확대할 경우 K-방산 수출 기회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0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12일 국무회의를 통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금융·통상·산업 등 3대 분야 점검 회의체 가동 등 후속 조치를 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 내 경제 전문가, 공화당 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여러 논의가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기업과 함께 대비하면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지만, (관세 부과의) 범위와 내용에 따라서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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