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부진과 여행 수요 회복이 맞물려 항공기 리스료 가격이 나날이 상승 중이다.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내야하는 항공료가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구매기와 리스기 모두를 활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구매(소유기+금융리스)와 임대 비율을 9대 1로 유지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구매 4에 임대 6 수준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운용리스 비율이 크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모두가 운용리스다.
항공기 한 대의 가격이 2억7900만달러(보잉777-330ER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이기 때문이다. 반면 월 리스료는 120만달러 정도다. 매달 리스비를 지불하는 운용리스는 항공기 전체 가격을 할부로 나눠 내는 금융리스보다 고정비를 아낄 수 있어 사업 초기의 항공사와 LCC에게 유리한 선택지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비해 지속적인 항공기 제조 지연 및 공급 부족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기체의 제조 결함 사고가 연이어 불거진데다 16년만의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돼 항공기 5490대의 주문이 밀렸다. 경쟁사 에어버스는 쏠린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스 회사가 시중에 풀린 항공기를 선점한 상황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소량의 항공기도 넘겨받고 있다. 물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찾는 항공사들은 많다. 리스 회사 입장에서는 값을 많이 쳐주는 항공사에 항공기를 넘기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세계 상업용 항공기의 절반 이상을 리스 회사들이 소유한 상태여서 항공사들은 운용리스료 인상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지난해 보잉 737-800NG의 임대료는 제작년에 비해 32% 상승했다.
코로나19 시기 리스 연장을 포기하고 항공기를 반납했던 항공사들은 항공기 보유대수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새로운 항공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리스 대수를 넓히거나 기단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기도 한다. 구형 항공기 임대 기간을 4년에서 6년까지 연장하기도 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글로벌 항공기 리스사 아볼론과 2026년부터 차세대 엔진을 탑재한 에어버스 A330-900NEO 5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2027년 말까지 총 10대의 A330-900NEO를 운영하기 위한 추가 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스타항공도 지난달 보잉의 최신 기종 B737-8 12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내년 7대, 2026년 5대가 인도된다. 진에어도 4분기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신규 항공기 5대를 구매하며 원가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2018년 보잉사와 B737-8 50대(옵션 1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인도받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차세대 항공기 도입으로 공급을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고정비를 절감해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티켓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보유한 항공기 전부 운용리스에서 구매기로 전환할 예정이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항공기 임대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7∼9월 국적사의 국제선 승객수는 1287만2천321명으로 2019년 3분기(1515만518명)의 85% 수준을 회복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항공기 임대 시장 규모는 1832억달러로 지난해 1728억달러보다 6% 커졌으며, 2032년은 11.1% 성장해 40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말은 통상적으로 항공업계 최대 특수로 불려지는 시즌이다. 리스비 상승폭을 방어하지 못하면 항공료가 인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C를 제외하더라도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리스 비중이 넓어지고 있다. 구매비용 보다 대여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소요되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에 주문이 몰리는 도미노 여파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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