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클럽도 몸 사린다… 강남 재건축 외면한 시공사의 속내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에 비용 부담이 커지자 시공사들이 인기 지역 정비사업 수주도 신중한 모습이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강남권과 한강변에 찬바람이 분다. 시공사들이 경기 불황 장기화에 사업성이 보장된 강남권과 한강변마저 등을 돌려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 실패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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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 유찰, 또 유찰… 강남 재건축도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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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1조7854억원의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은 DL이앤씨만 단독입찰해 1회 유찰됐다. 1조2831억원 사업인 서초구 신반포2차도 현대건설만 단독입찰해 2회 유찰됐다.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4297억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입찰에 나서 2회 유찰, 용산구 산호아파트(3028억원)는 롯데건설만 단독입찰해 3회 유찰됐다. 1772억원 규모의 서초구 방배7구역은 단 한곳의 건설업체도 나서지 않아 무응찰로 2회 유찰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이뤄져야 한다.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조합 입장에서 계약조건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의계약마저 발을 빼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계속된 불황 여파에 비용 상승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인건비 인상으로 시공사와 조합 사이 갈등이 공사 중단 사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출혈경쟁을 일삼았던 과거와는 다른 선별 수주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비싼 지역의 정비사업일수록 요구 수준이 높고 공사비 증가도 불가피하다"며 "변수가 많아져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후 분쟁 요소도 리스크여서 무리한 수주를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 여파에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진 시공사들이 강남·한강변 정비사업 수주도 외면하는 분위기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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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알 수 없는 반등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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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가 정비사업 시장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에는 건설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건설 수주는 올해(205조8000억원) 대비 2.2% 증가한 210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는 2025년 추가 금리 인하와 정부의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업 추진 등에 따른 반등 효과로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 수주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기업·가계의 낮은 투자 여력과 대출 규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여파 등은 여전한 제약 요소로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의 투자 상황도 여의치 않다. 건산연은 내년 건설투자가 올해(301조8000억원) 대비 2.1% 감소한 295조3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주거·비주거용 건축투자가 모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토목 건설투자는 상대적으로 양호해 하락 폭을 상쇄시킬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반등 시점을 예측하기엔 여전히 불안 요소가 가득하다"며 "정비사업 등 국내 주택사업은 수익성이 보장된 먹거리라도 선별 수주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