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각종 비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통보한 가운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오후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아침 9시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 처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져 체육회와 정부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내년 1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 출마 가능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13층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지난 4일 소위원회를 열고 1차 심사를 진행했던 스포츠공정위는 이날 이 회장의 연임 자격 여부에 대해 논의한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은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세 번째 연임하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체육회 및 산하 경기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예외 인정을 심의하며, 위원들은 이날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 회장의 연임안을 의결했다.
한편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통보받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일 서울행정법원에 이 회장 직무 정지 처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이 회장에게 부정채용·금품수수·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라 전날(11일) 문체부가 내린 직무 정지 처분에 대해 이 회장이 즉각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체부는 이 회장의 직무정지 처분이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선거에 출마 할 경우 이번 조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체육회장 선거와는 별개의 행정 조치”라며 “규정된 법률에 따라 행한 것”이라고 했다.
유인촌 “본격적으로 조사 하면 훨씬 많은 비리가 나올 것으로 보여”
앞서 정부는 이 회장을 직원 부정 채용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8일부터 한 달간 대한체육회의 비위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 회장 등 체육회 관계자 8명을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회장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이 회장 직무를 정지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22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자녀의 대학 친구를 채용하도록 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자리는 선수촌 내 훈련 관리 업무를 하는 직위여서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이 필요한데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와 관련 담당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자격 요건을 완화할 것을 지시했으며 이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은 교체됐다.
결국 이 회장 자녀의 친구는 3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한 스포츠종목단체 회장이 선수단 보양식·경기복 등 구매 비용 약 8000만원을 대납하고 파리 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제공받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스포츠종목단체 회장은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또한 이 회장은 체육회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체육회가 소유하는 평창 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총 6300만원 상당의 물품이 회장실로 배당됐는데, 그중 17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14대를 무단으로 지인 등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체육회 다른 부서에 배정된 후원 물품도 회장실로 가져와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회장이 파리 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자신의 지인 5명을 포함시켰다는 사실도 확인된 데 이어 1인당 300만 원 대인 이들 5명의 항공료 역시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한 업무 협약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행사는 국감 당일 오전에 종료됐고 이 회장은 오후 진천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선수촌 직원들과 밤 10시까지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장소를 갑작스럽게 변경해 예산 700만원을 낭비하는 등 체육회 운영에 다수의 문제점이 있다고 봤다.
특히 해단식 관련 회의에서 이 회장이 간부에게 “만약 해단식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오면 당신을 인사 조치하겠다”라고 말한 정황도 포착됐다.
체육회가 기부 또는 수익 사업으로 받은 후원 물품의 관리를 소홀히 한 정황도 적발됐다. 규정상 수의계약 가능 사유를 임의로 확대 적용하고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도 있었으며 점검단의 조사 과정에서 체육회 일부 임직원들의 비협조와 방해 행위도 많았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이번 점검 결과 확인된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 혐의를 보다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문체부에도 통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정부는 위법은 아니어도 규정을 위반한 관계자 11명은 문체부에 이첩해 감사와 징계를 받게 할 방침이다.
한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업무방해와 금품 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이 회장의 ‘직무 정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관련 질의에 “국무조정실 점검단과 스포츠윤리센터의 결과를 아직 공식적으로 받아보지 못했다”라며 “그걸 받으면 저희한테 징계 요구를 할 텐데, 대한체육회장을 직무 정지시킬 수 있다”라고 답했다.
유 장관은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관련 질의 때는 “국무조정실 점검단의 발표는 시작이고, 수사가 시작돼 본격적으로 조사가 되면 이것보다 훨씬 많은 비리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라면서 “결과에 따라 직무 정지를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현안질의가 열릴 계획이었으나 증인으로 채택된 이 회장이 국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진행되지 못한 것을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번 불참 사유인 해외 출장도 명백히 ‘꼼수 출장’”이라며 “스포츠 서밋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처음 참석한 데다 체육회 대리급 직원이 참석했던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문체위 국정감사가 언제부터 ‘폭탄주 회식’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게 됐나”라며 “연임이 부적절한 인사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체위 차원에서 연임 반대와 사퇴를 촉구 결의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해서 채택한 증인의 불출석 문제에 대해선 엄정하게 위원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 회장의 불출석과 관련해선 추후 여야 간사위원 간 협의로 후속 조치 사항을 의논해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문체위는 오는 19일 체육회에 대한 현안질의를 다시 추진하고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